북핵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일부 핵 활동의 동결 의사를 밝히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새해 연설을 하면서 북한을 비판하지 않는 등 회담의 좋은 조건은 만들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회담이 재개된다고 해서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오랜 협상 경험을 통해서 협상과 합의는 다른 것이고, 합의와 이행은 더욱 다른 것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얻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1월 24일에는 남한의 통일부장관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개성 시내를 둘러보았습니다. 특히 북측이 남한 방문단에게 개성 시내를 돌아보도록 허용한 것은 작년 7월 이후 처음이기 때문에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작년 7월 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개성시내 관광도 전면 금지되었었습니다. 따라서 북측의 이번 조치에 대해 남한의 중소기업들은 북한의 태도가 변화하고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여건이 좋아지는 것 아니냐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개성공단사업은 북한 핵 위기라는 문제만 없었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발전했을 사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남한의 현대아산과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 간에 개성지역 2,000만 평에 대한 개발합의서가 체결된 것은 지난 2000년 8월의 일입니다. 3년 후인 2003년 8월에는 남북한 사이에 투자보장 등 4개 경협합의서가 발효되었고, 2004년 2월에는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이 생산되었습니다. 공단지역에서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의 수가 1만 명을 돌파한 것이 작년 11월의 일이었습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남한의 중소기업 15개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손목시계를 만드는 로만손, 신발제조회사인 삼덕통상, 의류업체인 신원 등이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원래의 계획대로 공단건설을 완료하고 상업지구와 주거, 관광시설까지 갖추게 되면 개성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도시로 탈바꿈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 지도자가 몇 년 전에 중국의 상해를 방문해서 상해가 ‘상전벽해’ 되었다며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개성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개성 역시 상전벽해 되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 측도 개성공단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개성공업지구법을 지난 2002년에 만들었고, 그 하위 규정도 15개나 만들어서 개성공단 사업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열의를 보여주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들도 아주 성실하게 근무하는 우수한 노동력이라고 합니다. 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은 모두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고, 이 가운데 20%는 전문대학교 이상을 나온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월 평균 50달러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는데, 야근이나 휴일 근무 등 추가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임금도 더 받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개발은 원래의 계획대로 신속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고, 남한의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개성 투자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측에서는 남한 정부를 탓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핵 위기로 인해서 대북 투자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북측에서는 우리 민족끼리 하는 개성공단 사업과 핵 개발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미국이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사고방식은 국제사회의 흐름을 전혀 알지 못하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개성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해외로 수출해서 많은 이윤을 남기고 개성공단을 발전시키려 한다면 더욱이나 가져서는 안 되는 생각입니다. 북한이 돈을 벌여 들여서 핵무기나 만들고 미사일이나 개발하려 한다면, 그런 북한의 제품을 살 나라는 전 세계에 아무도 없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입니다. 작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당국의 손에 달러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개성공단 사업이 잘 되어서 개성시민들의 생활이 나아지는 것은 물론 북한의 경제재건과 남북통일에도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핵개발 집착이 이런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진정으로 인민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원한다면, 핵무기를 개발해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지금 당장 포기해야 합니다. 이것이 개성공단 사업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