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세계를 시끄럽게 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가 소강국면에 접어든 느낌입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아직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완료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애당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생각은 없었고,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고 위기를 고조시켜서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때와는 국제안보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시도였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반면에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했지만, 국제사회의 반대의견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일단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특히 상당한 대북지원을 하고 있는 남한과 중국까지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사실이 북한에게는 걸림돌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냈고 대북 온건파라고 할 수 있는 윌리엄 페리까지 나서서 북한의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폭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 내의 강경한 여론이 북한 정권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위 ‘페리프로세스’를 가동해서 대북 포괄접근을 시도했던 페리마저도 선제공격을 주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 당국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페리의 주장은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북한이 당면한 현실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가를 자각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가 소강상태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사일은 북한이 언제라도 다시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인 카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운반가능하게 만듦으로써, 다시 말해서 핵무기에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미사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대포동 미사일의 발사는 북한에게는 적대당사국인 미국에게 위협감을 불러일으킬 있는 회심의 카드임에 분명합니다.
한편, 미사일을 발사하려다 외압에 의해서 중단하는 것은 북한 군부의 입장에서는 치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모든 문제에서 군대를 우선시한다는 북한의 통치이념인 소위, ‘선군정치’에 위배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군부에게 현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위기를 고조시켜서 불리한 국면을 유리한 국면으로 바꿔나가는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전략을 감안한다면, 북한당국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다시 미사일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카드는 북한이 외압을 이유로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가치 있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북한 당국이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실험하는 것은 미국이 더 이상은 양보하고 인내할 수 없는 소위, ‘Red Line’, 다시 말해서, 북한이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금지선이라는 점입니다. 핵을 보유하기 이전의 미사일 실험과 핵을 보유했다고 선언한 이후의 미사일 실험은 그 성격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직시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