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2005년 9월 19일 합의된 공동성명은 6자회담에서 동북아의안보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공동성명의 제4항에서 “6자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안보 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과 수단을 모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달에 합의한 2\x{ff65}13 초기조치에서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체제 문제를 논의할 실무그룹을 구성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이런 합의내용을 놓고 볼 때, 앞으로 6자회담이 잘 진행된다면, 6자회담 참가국간에 동북아 다자안보대화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할 것입니다.
오늘 저의 논평에서는, 다자안보대화를 진행할 동북아의 여건과 기존 대화의 실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동북아의 여건입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도 국방비 지출액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 10위의 군사비 지출국가 가운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순으로 모두 네 나라가 동북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세계 11대 무기수출국 가운데 러시아, 미국, 중국의 순으로 세 개 나라가 동북아에 속해 있습니다. 북한의 핵\x{ff65}화학\x{ff65}세균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도 지역의 안정을 크게 해치는 요인입니다.
지난 1999년 미국에서 초당적으로 구성된 ‘21세기 국가안보위원회’는 21세기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조망하면서 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는 세계가 대규모 전쟁을 목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동북아에서는 지역차원의 다자안보대화가 결실을 맺은 유럽과 달리, 다자안보협력을 어렵게 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발견됩니다. 우선 정치제도, 문화, 인구, 종교, 영토, 경제력, 과학기술 수준 등 여러 측면에서 역내 국가들 간의 차이가 유럽에 비해 훨씬 큽니다. 아울러 한반도가 냉전시대의 대결양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역내 국가 간에 영토와 역사 분쟁의 불씨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동북아의 경우 이렇게 다자안보협력을 추진할 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역내의 안보 증진을 목표로 두 가지 중요한 다자안보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왔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1993년 10월에 창설되어 남북한과 주변 4강이 참석하면서 동북아의 안보증진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동북아 협력대화”, 즉 NEACD입니다. 두 번째는 1994년 6월 창립 이래 아·태 지역 차원에서 21개국이 참여해서 안보협력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아·태 안보협력이사회”, 즉 CSCAP입니다. 두 다자대화 모두 정부차원의 대화체가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비정부 협의체입니다. 물론 정부 관리들이 참석하긴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NEACD는 6개국을 순회하면서 회의를 여는데, 2006년 4월 동경회의까지 모두 17차례가 개최되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제5차, 제10차 그리고 제16차 회의가 열렸고, 아직 북한에서는 열린 적이 없습니다. NEACD 회의에서는 그동안 동북아 안보 관련 사항들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는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신뢰구축, 북한의 핵개발, 6자회담, 한반도 분쟁 방지 문제가 논의되었습니다.
CSCAP은 아·태지역 전반의 주요 안보이슈와 역내 국가간 신뢰구축 그리고 안보증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정책적으로 건의함으로써 정부차원의 안보협력을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CSCAP의 주요 조직은 “연구반”인데, 현재 해양안보협력,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동북아 다자협력, 평화구축, 마약밀매, 반테러 국제공조 등 6개 연구반이 있습니다.
NEACD와 CSCAP이 우리에게 의미를 갖는 것은 북한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회의에 나오길 꺼려하는 북한이지만, 두 다자대화에는 비교적 자주 참석하고 있습니다. 작년 4월 동경에서 열린 NEACD 회의에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외무성 관리들이 대거 참석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6자회담이 잘 진행되고 동북아 평화\x{ff65}안보 실무그룹이 성과를 낸다면 6자회담은 정부차원에서 동북아 최초의 다자안보대화 기구가 될 것입니다. 다자안보대화를 통해서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면서 공존과 공영을 모색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여기서 유럽이 중요한 모델이 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당면한 6자회담의 성공은 이러한 세계사적인 흐름을 타면서 동북아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