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최근 북한에 큰 수해가 나서 많은 피해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 16일 유엔 당국자는 홍수로 인해 북한 주민 214명이 숨지고 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주택 5만 8천 가구가 손상되었고, 보건소의 절반이 파괴되었으며, 농경지의 70퍼센트가 물에 잠겼다고 합니다. 800곳 이상의 공공건물과 540여 개의 다리 그리고 70여 곳의 철로도 파손되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세계식량계획, 즉 WFP에 2-30만 명분의 긴급 구호식량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수해의 규모를 신속하게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한 것은 그 만큼 홍수의 피해가 컸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WFP는 50만 명이 한 달 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제공할 의사를 북한 당국에 전하고, 지금 평양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도 정부는 물론 각종 민간구호단체들이 북한주민들을 돕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북한 주민들은 엄청난 수해의 고통을 당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저는 논평을 통해서, 남한에도 많은 비가 내렸는데 왜 북한이 더 많은 피해를 보는가에 대해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남한보다 훨씬 많은 태풍이 지나가는 일본의 피해는 훨씬 더 적습니다. 자연의 섭리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라지만, 그 피해를 줄이는 것은 국가의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자연재해에 앞에서도 피해의 규모가 나라마다 다른 것은 그 나라의 국가발전 수준과 직결됩니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국토개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한 자연재해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 땅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있습니다. 웬만한 산의 나무는 땔감이나 밭을 만들기 위해 모두 베어버렸기 때문에 큰 비가 내리면 수량조절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신의주 건너편 단동에서 북한 지역을 바라보면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 많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온 남한 사람들이 북한의 열악한 처지에 가슴 아파합니다. 산에 나무가 없어서 수량조절을 못하니 큰 비만 내리면 산사태가 나고, 건물이나 도로, 철도도 낡을 대로 낡아서 웬만한 비에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고 무너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더 큰 자연재해가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남한의 경우만 봐도, 보통 7월 말이면 장마가 끝나고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는 8월 중순까지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이제 장마라는 말 대신 비가 많은 남방지역에서 사용하는 “우기”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저는 북한 당국이 앞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은 바로 북한 땅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북한을 위협하는 것은 미국의 군사력이 아니라 해마다 찾아오면서 점점 더 그 규모가 커질 자연재해이기 때문입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한 지역의 종합개발 계획이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복선이 깔린 추상적인 논의보다는 당장 북한주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북한의 발전에 약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협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국토의 종합개발 계획은 국가경제의 종합적인 발전계획에 그 토대를 두어야 합니다. 경제발전의 청사진이 없는 국토개발은 허허 벌판에 빈집만 잔뜩 지어놓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결국 이번 수해를 계기로, 북한 당국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연재해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국토개발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북한당국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겠지요.
만약 북한이 이런 계획을 세운다면 남한은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이 계획을 세울 능력이 없다면 남한의 전문가들이 도울 수도 있습니다. 남북이 하나 되어서 한반도 종합개발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남한이 누리는 경제적 풍요는 지난 6-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하셨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덕택입니다. 당시 박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운동은 지금 중국에서도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당한 수해는 이제는 정치적 이념을 떠나 우리 민족 전체가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 모두에게 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