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평화적인 핵폐기의 국제적 사례와 경험

이번 주 서울에서는 남한의 외교안보연구원과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주제는 구소련의 공화국들을 포함해서 평화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한 역사적인 선례와 그 경험을 검토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에 주는 시사점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의 전문가들도 참가해서 지난 15년간 국제사회가 얻은 경험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평화적인 핵폐기의 국제적인 사례로는 미국 의회가 주도해서 실시해왔던 “협력위험감소”, 즉 CTR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논평에서도 이미 소개해드린 바 있듯이, CTR 프로그램은 미국의 국방부, 국무부 그리고 에너지부가 재정과 기술을 제공해서 구소련의 핵무기 폐기와 핵물질 관리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CTR 프로그램에 의거해서 러시아,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그리고 카자흐스탄이 여러 지원을 받았습니다. 러시아는 소련의 핵보유국 지위를 계승했기 때문에 핵무기는 유지했지만 미국과 체결한 핵군축협정에 의거해서 핵무기 폐기, 핵물질의 관리 및 재활용 그리고 물리적인 방호 분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세 공화국들은 보유했던 핵무기를 폐기하고 관련 시설과 인력을 평화적인 목적으로 전환하는데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난 2003년에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모두 포기한 리비아도 미 국무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CTR 프로그램의 취지가 좋고 그 성과 또한 컸기 때문에 지난 2002년 캐나다에서 개최된 서방선진 8개국 정상회담에서는 소위, “Global Partnership”이란 국제적인 협력 프로그램이 선포되었습니다. 목적은 러시아의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지원하고 관련 물질과 기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서방선진국들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입니다.

특히 위험한 무기와 기술이 테러집단의 손에 들어가기 못하도록 하는데 일차적인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2012년까지 200억 달러의 기금을 모금하기로 합의하고, 이 가운데 100억 달러는 미국이 나머지 100억 달러는 다른 선진국들이 기부해서 재원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남한도 지난 2005년도에 Global Partnership에 참여해서 재정과 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우크라이나도 이 기금의 수혜국가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이상의 사례들은 북한 핵무기의 폐기를 바라는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첫째,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폐기하는 데는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핵무기 개발에 종사했던 인력에게 평화적인 목적의 연구개발 사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결정한다면 이를 즉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기술적 경험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북한이 하기에 따라서는 국제사회의 재정지원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미 리비아가 지금까지 250만 달러에 달하는 미 국무부의 재정지원을 받았습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의 자금이 지원되었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미국의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Global Partnership의 기금을 북한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핵폐기에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그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며, 서방선진 8개국 가운데 세 나라가 6자회담 참가국이라는 사실도 Global Partnership 기금의 북한 사용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최근 들어 미국 정부관계자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만 하면 엄청난 지원이 기다리고 있는데 왜 핵 포기를 미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북한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기를 바라는 미국의 희망이 담겨있는 말이지만, 그 배경에는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은 국제사회의 경험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만 하면 6자회담 당사국들뿐만 아니라 핵폐기에 관련된 국제제도를 통한 지원도 가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고, 국제사회는 북한당국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