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핵 폐기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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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북경에서 희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제3단계 5차 6자회담에서 9\x{ff65}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초기조치가 합의된 것입니다. 작년 말 2단계 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는데, 이번에 합의문이 나온 것은 천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성과는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은 것일 겁니다. 2006년 7월의 미사일 발사와 10월의 핵실험으로 가파르게 상향곡선을 그리던 한반도의 긴장지수가 일단 주춤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합의문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문제를 야기한 당사자인 북한이 핵시설을 폐쇄하고 사용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데 합의한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작년 말 2단계 회의 때만 해도 타결 가능성이 미지수였던 회담이 연초의 북\x{ff65}미 베를린 회담을 토대로 성과를 낸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이번 타협을 이끌어 낸 주요 요인은 미국의 양보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은 1월 중순 베를린에서 북한이 요구하던 양자회담에 응했습니다. 6자회담을 고집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물질 추가 생산을 차단하고 핵무기를 폐기하는데 초석을 놓았다는 역사적인 평가를 그의 정치적인 업적으로 삼으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던 간에, 미국의 태도 변화는 북한에게는 좋은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북한 당국이 이 기회를 잘 살려서 평화적으로 핵을 폐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이번 합의가 미국의 양보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닙니다. 북한 역시 당면한 경제난을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번 합의를 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북한 경제는 미국의 금융제재와 핵실험 이후의 대북지원 중단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핵실험이 촉발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북한이 금년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서는 쌀과 비료 그리고 에너지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인 것입니다.

핵문제를 오랜 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번 합의가 성실하게 이행되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합의를 토대로 궁극적으로 북핵 폐기라는 목표에 하루 속히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합의와 이행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않될 것입니다. 한반도 안팎의 많은 사람들이 한편으론, 이번 합의를 환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불안감과 경계심을 감추지 않는 것은 합의를 헌신짝 던지듯이 하는 북한의 행태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5년 9\x{ff65}19 공동성명 체결 하루 뒤 북한은 경수로를 먼저 지어 주어야만 핵 폐기가 가능하다면서 공동성명의 내용과 정신을 뒤집은 바 있습니다. 9\x{ff65}19 성명에 찬 물을 끼얹은 것은 미국의 금융제재가 아니라 바로 북한의 이 뒤집기였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북한의 뒤집기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대북 협상에서는 세부사항 속에 함정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초기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언어의 지뢰밭’이 터질 가능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시설을 폐쇄하고 봉인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과연 기술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합의는 북핵 폐기라는 긴 여정의 첫 걸음에 불과합니다. 우리 속담에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의 차분하고 냉정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