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 러시아 의회에서 가진 국정연설에서 몇 가지 중요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북한 당국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북한을 겨냥한 것을 아니지만, 연설의 의미와 파장은 북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즉 MD 계획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미국 정부는 동유럽의 폴란드와 체코 등에 미사일 방어망 계획의 일환으로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러시아 군부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우려에서입니다.
최근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서 러시아의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체계가 러시아 인근으로 확대되는 경우에는 러시아의 안보이익이 침해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미국은 지난 1972년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규제할 목적으로 소련과 체결한 탄도미사일방어제한조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서둘러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비해서 경제력이 취약한 러시아는 미국만큼 미사일 방어망에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MD 계획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명한 배경에는 이런 정치적, 안보적 요인도 깔려 있다고 봅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미국의 MD 구축이 계속될 경우 지난 1987년에 체결된 중거리핵미사일폐기조약도 파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세계가 다시 냉전시대의 군비경쟁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듭니다.
이제 눈을 돌려 동북아를 바라봅시다. 동북아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 명분은 북한의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입니다. 지난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에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미국과 일본의 열망을 강하게 자극했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이러한 열망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미 미\x{ff65}일 양국은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을 시작했고, 핵심 레이더 기지를 일본에 건설한다는데도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유럽의 미사일방어망이 러시아의 서쪽을 위협한다면 동북아의 미사일방어망은 러시아의 동쪽을 위협하게 됩니다. 동부 러시아가 서부 러시아에 비해 전략적인 가치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동부지역에 대해서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동부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경제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러시아 정부는 조만간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망 역시 러시아의 안보이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동서 양쪽에서 모두 미사일 방어망이 구축되고 있는데 어느 한쪽만 문제를 삼는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는 정책입니다.
문제는 유럽의 경우에는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 명분을 찾기 어렵지만 동북아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분명한 명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러시아 정부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미\x{ff65}일 양국에 미사일 방어방 구축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핵\x{ff65}미사일 포기 압력을 강화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개발이 러시아에게 안보적인 이익을 주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큰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미사일 방어망을 바라보는 관점은 러시아와 유사합니다. 미\x{ff65}일의 미사일 방어망뿐만 아니라 양국의 군사동맹 자체에 대해서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이 자국의 안보이익을 해치는 빌미가 된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오면 중국정부 역시 북한에 대해서 핵포기 압력을 강화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북한 당국은 핵을 보유하고 싶어도 중국과 러시아의 압력 때문에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