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요즈음 국제사회의 걱정거리로 등장한 것이 러시아 정부입니다. 과거 소련시대의 비밀경찰 조직, 즉 KGB 출신들이 러시아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 자신도 KGB 스파이 출신이지만, 현재 러시아 고위관료 가운데 75퍼센트 정도가 과거에 KGB를 비롯한 러시아 정보기관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라는 게 영국에서 발간되는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입니다. 푸틴을 정점으로 하는 정보기관 출신들이 러시아의 정치, 경제, 관료 사회를 통제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도 러시아와 비슷하게 김정일을 정점으로 정보와 무력을 장악한 핵심 측근조직이 북한사회를 좌지우지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에 걸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에게 충성한 것을 인연으로 형성되었고, 또 일부는 김일성대학 등 북한 정권을 지키는 엘리트를 양성하는 교육기관 출신이라는 연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정일 한 사람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형성된 측근집단이 북한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푸틴 정부는 과거 소련의 영예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석유 가격의 상승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러시아는 도전적인 안보정책을 전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대세력에 대한 테러와 같은 문제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년 초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의 전직 정보관리가 러시아 사람의 테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은 현재 러시아와 영국간의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출로 사는 형편이 나아졌고 과거의 명예 회복을 갈망하는 일부 러시아 사람들에게 푸틴 대통령의 인기는 매우 높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도 과거 60~70년대에 누렸던 대남 우위를 다시 회복하고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도 점점 격차가 좁혀지는 재래식 군사력 경쟁의 손실을 만회하고 남한을 일거에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우 공세적이고 도전적인 안보정책의 결과인 것입니다. 북한은 2002년에 서해에서 남한 해군함정을 기습 공격했고, 금년에도 서해의 북방한계선 문제에 시비를 걸면서 전면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에 핵실험을 실시하고 평양에서 10만 군중을 동원한 자축행사를 벌이는 등 핵보유국으로서 국가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은 비슷한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러시아의 경우, 석유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경제개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발전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인 국가발전 계획을 세우고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경제발전에 재투자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오히려 권력집단과 지도층의 부패가 과거 옐친 정부 때보다 심할 정도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상태라고 합니다. 일반 국민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이 살해되는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근본적인 경제개혁은 하지 않은 채 남한과 중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인 국가발전 계획과 여기에 기초한 국토개발이 이뤄지지 않아서, 매년 홍수가 나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답답한 현실은 저의 논평에서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물론 김정일 정권이 근본적인 개혁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근본적인 경제개혁은 잘못된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데,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사회의 부정부패 역시 극심합니다. 일인 독재체제는 마치 음산한 습지와 같아서 오래되면 반드시 부정부패가 독버섯처럼 생기게 마련입니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와 북한 모두 체제를 위협하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핵심요인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습니다. 부정부패와 범죄, 열악한 사회하부구조, 인권침해, 정치적인 독재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두 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내부의 문제점을 깨닫고 인정하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지도자만이 국제사회의 환영과 국민의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면서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