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남한의 내정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간섭과 비판이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북한의 매체를 통해 계속 흘러나오는 북한 당국의 말과 태도가 보고 듣기에 거북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인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퍼주기”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북한에 대해 지원을 계속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의 입에서 공갈과 협박에 가까운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남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북한이 얼마나 변화했는가에 대해서 회의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연초 공동사설을 발표하면서 금년 말 치러질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이름을 거론하며 망발을 일삼는다고 비난했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핵전쟁의 재난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핵을 가진 북한이 핵전쟁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듣기만 해도 섬뜩한 말입니다.
북한당국은 최근 남한 민주노동당의 관계자들이 간첩사건으로 구속된 것에 대해서도 폭거이고 정치적 모략이라고 비판하면서, 남한의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남한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이 남한 내 호전세력의 침략적인 무력증강과 전쟁소동이라는 것입니다. 자기들의 핵무기는 괜찮고 남한의 군사기지는 안 된다는 극히 이중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입니다.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대남 비방태도를 보면서 남북관계 전문가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착잡한 심정을 가누기 어렵습니다. 북한 당국이 바깥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과거 남북대결 시대의 타성과 구습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우선 북한은 남한에 대한 비판과 반대가 남북한이 합의한 ‘상호비방 중단’ 약속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비방 중단 약속은 1991년에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명시되어 있고,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도 재차 약속된 사항입니다. 남한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과 정치적 박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면 내정문제이니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서, 북한 당국은 아주 거칠고 협박조의 말투를 써가면서 남한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한의 대통령을 누구로 선출하는 가는 전적으로 남한 국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선거일인 12월 19일은 남한의 정치적인 축제일입니다. 국민 개개인이 심사숙고해서 바람직한 대통령감을 결정하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남한 국민들의 고유 권한인 대통령 선거 문제에 대해서 북한 당국이 ‘되느니, 안 되느니’ 하고 떠드는 것은 남한 국민 개개인에 대한 권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남한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안하무인적인 태도입니다. 또한 우방국간에도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국제사회의 금기사항입니다.
북한에서는 주민을 우습게보고 명령으로 좌지우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남한에서는 그런 태도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직시해야 합니다. 남한은 분단 반세기 동안 경제만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민주화도 함께 이룩해내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미 국민 개개인이 주인인 시대가 열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에서부터 70, 80된 노인들까지 자기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피력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먼저 남한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상대도 잘 모르면서 문제를 제기해봤자 얻는 것보다는 잃을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남한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소리를 들은 남한 주민들은 오히려, “북한이 뭔데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냐”면서, 매우 불쾌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불쾌감은 가깝게는 남한의 대북지원, 멀게는 남북관계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결국 북한이 이런 식의 구태의연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남북관계를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