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의 수시 만남은 가능한가?

전성훈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제 정상회담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국민들의 마음이 차분해진 느낌입니다. 정상회담 자체에 대한 환영과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 일색이었던 분위기가 점차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평가하고 대북 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나 들까를 따져보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정상회담에 대한 감상적인 흥분이 사라지고 냉철한 현실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 가운데 눈의 띄는 대목은 선언문의 제일 마지막 문장이라고 봅니다. 즉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부분입니다. 남한 국민들은 이 대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제1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약속한 서울 답방이 무산된 상황에서 언제 그의 서울 방문이 성사될 것인가가 관심꺼리이기 때문입니다.

남한 언론에 따르면 남측에서 정상회담을 정례적으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고 합니다. 남과 북의 최고 책임자들이 자주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불신과 오해를 해소하고 관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남한의 역대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남측의 제의에 대해서, 북측은 친척 간에 정례적으로 만난다는 표현이 이상하게 들린다며 수시로 만나는 것으로 하자고 다시 제의했고, 북측의 의견이 수용된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남북 정상들이 자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남한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남한 대통령의 북한 방문만 계속되는 그런 회담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김정일이 남한의 서울 답방 요구를 거부하기 위한 핑계로 ‘수시 만남’이란 카드를 던졌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남북 정상회담이 계속될 수 있다고 문서로 명시한 것은 남북관계 발전의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상대가 있는 만큼 북한 지도부가 과연 남북 정상회담을 수시로 개최할 의지가 있는가는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 북한 지도부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내부 평가를 진행하고 있을 것입니다. 본래 의도했던 목표를 이뤘는지를 따져보고 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할 것입니다. 물론 북한 당국의 득실 계산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김정일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김정일의 정권 유지와 그의 이미지 관리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가 최대의 관심사항일 것입니다.

적어도 김정일의 대외 이미지 관리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은 득보다는 손해가 훨씬 많았던 회담이라고 저는 평가합니다. 가장 큰 원인을 들자면, 김정일이 그동안 남한과 국제사회에 대해서 유지했던 신비감과 비밀스러움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완전히 깨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제1차 정상회담 때만 해도, 남한에서는 김정일의 머리 스타일이 유행하고, 그의 통 큰 행동 방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한에서 김정일 개인을 환호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7년 전과 비교할 때, 너무나 초췌해진 김정일의 모습에 많은 남한 사람들이 크게 실망했을 것으로 봅니다. 요즈음 남한에서는 환갑을 거의 지내지 않습니다. 나이 60이면 한 창 일할 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남한의 기준에서 볼 때, 나이 65세인 김정일의 모습은 동년배의 남한 사람들에 비해서 너무 늙고 초췌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영접행사에 감사를 표시하자, 환자도 아닌데 집에 있으면 뭐하느냐고 한 김정일의 답변은 역설적으로 그가 환자임을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한편, 정상회담이 두 차례 씩이나 개최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열릴 정상회담의 정치적 상징성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이는 그만큼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하면서 챙길 수 있는 대가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이런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남북 정상의 수시 만남이 남한의 기대처럼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