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한에서 불고 있는 남한의 한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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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관련해서 이번 주에 화제가 된 소식은 북한에서도 ‘한류’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보도였습니다. 한류라는 것은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대중가요가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 각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남한에서 인기를 끈 영화는 반드시 해외로 수출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고, 드라마의 경우에는 중국과 일본 등 많은 나라의 TV에서 거의 매일 방영되고 있습니다.

남한의 대중가요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일본 아베 총리의 부인이 겨울연가라는 남한의 드라마에 심취해서 한국말을 배우기까지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가요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남한이 갖고 있는 동양적인 정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가 북한 주민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04년에 남한으로 입국한 탈북자에 따르면, 평양 뿐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남한 드라마를 한 두 번 보지 않은 젊은이는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주에 화제가 되었던 북한 소식도 바로 ‘친절한 금자씨’라는 남한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사용하는 대사 한 구절을 약간 바꾼 말이 북한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서 통용되는 남한 드라마와 영화는 중국을 통해서 입수되었을 것입니다. 북한을 방문하는 남한 사람들은 이런 물품을 소지하지는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남한의 한류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은 바로 북한 당국인 듯싶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색 생활풍조의 유입을 경계하고 사상 재무장을 독려하는 등 남한풍이 북한사회에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남한의 한류가 북한의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아시아의 나라들이 남한의 드라마와 가요를 앞 다투어 수입해서 즐기고 있는데, 유독 북한만 한류를 차단하기 위해서 주민들에게 정신무장을 강요하고 비디오 플레이어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류는 군사적인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삶의 고단함을 달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즐기는 단순한 오락거리에 불과합니다. 좀 격식을 차려서 말한다 해도, 사회문화 차원의 교류에 불과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한류에 대해서 과민반응을 보인다면, 과연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에 관심이 있는 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제든 사회문화든 접촉과 교류가 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남한의 생활방식이 북한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일도 당연히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남한이 북한에 대해 강요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문화란 마치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과 같이, 잘 사는 쪽의 문화가 그렇지 못한 쪽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소련이 대결하던 냉전시대에도 전 세계에 미국의 청바지가 유행하고 미국의 팝음악이 확산되었던 것은 바로 물과 같이 흘러가는 문화의 속성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한류가 북한사회에 퍼지는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차단하려는 것은 남북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당국은 한류를 남과 북 사이의 이질감을 해소하고 동질감을 높임으로써 통일의 후유증을 줄이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