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맞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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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9월 25일은 음력으로 8월 보름, 우리 민족의 명절인 추석입니다. 설날이 한 살을 더 먹으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시작한다는 뜻이 있다면, 추석은 한 해 농사의 마무리를 축하하면서 새로 수확한 풍성한 먹을거리를 장만하여 잔치를 벌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설날에는 새해에 대한 준비와 계획을 세우며 경건한 마음을 갖는 것이 익숙한 반면에, 추석에는 잘 먹고 마시면서 즐기는 분위기가 익숙합니다. 물론 조상님들을 생각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제사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우리 민족이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모두 함께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남과 북의 실상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한은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입니다. 추석을 전후해서 모두 사흘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해서 쉬고 있는데, 올해는 주말인 토\x{ff65}일 연휴를 합쳐서 대부분 5일을 쉬게 됩니다. 많게는 열흘을 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회사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추석 보너스가 지급되고, 고향을 찾아가는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됩니다.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과 평소에 고마웠던 분들에게 정성의 표시로 자그만 선물을 보내는 시기도 추석입니다. 요즘 남한에서는 TV와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가 활발하고 택배회사들이 발달해서, 뭐든지 주문하고 돈만 지불하면, 신속하게 선물이 전달됩니다. 적게는 1-2만원에서 많게는 3-4만 원짜리 선물이 인기가 있고, 과일이나 멸치 상자, 통조림 세트, 비누와 샴프 세트 등이 통상적인 선물용품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남한에서 명절을 지내는 풍속도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추석이나 설 연휴를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것입니다. 올 추석해도 수십만 명이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시설이 좋다는 인천공항이 사람들도 북적댈 것이 눈에 선합니다. 이렇게 해외 여행을 떠나다 보니 일부 가족은 아예 해외여행지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합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남한의 추석 풍속도와 비교할 때, 북한의 현실은 너무나 다릅니다.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려할 때이지만 북한 동포들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서 큰 수해가 났기 때문에 농사에 실패한 농민들이 심적으로 또한 물질적으로 많은 고통을 당하실 것입니다. 저도 수해로 평안도의 논이 완전히 망가진 TV 화면을 보면서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수해로 집이 무너진 가족들은 겨울을 어떻게 날까 걱정하고 계실 겁니다.

추석을 어렵게 지내야 하는 것은 일반 주민들만이 아닙니다. 김정일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기대하는 고급 관료들도 올해 받는 선물은 과거와 달리 신통치 못할 것입니다. 북한의 외화사정이 좋지 않을뿐더러 해외에서의 돈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여 있던 북한당국의 돈 2,500만 불이 풀리긴 했지만, 마약과 위조지폐를 만들고 유통시킨 북한의 범죄행위마저 용서받은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작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유엔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하면서, 유엔 회원국들이 사치품을 북한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양주, 양담배, 향수, 보석, 시계, 모피 등 구체적인 목록까지 제시하면서 대북한 수출을 금지한 것입니다. 유엔안보리가 사치품 금수 조치를 내린 것은 핵실험의 최고 책임자인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제재조치입니다. 김정일이 고위 관료들에게 사치품을 선물로 하사하면서 정권을 연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당국은 핵보유국이 되어서 강성대국을 실현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지내는 남과 북의 현실을 보면, 북한의 강성대국이 얼마나 허울 좋은 정치구호에 불과한 것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체제와 정권의 정당성은 공포정치와 무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이었던 독재국가 소련이 붕괴되는 현실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그 나라의 국민들이 얼마나 편하게 잘 사느냐가 체제의 정당성을 결정합니다. 이 점에서 볼 때, 남과 북의 체제경쟁은 이미 끝난 지 오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