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6자회담에서 소위 초기조치가 합의된 이후 북핵문제를 둘러싼 분위기가 크게 반전된 느낌입니다. 2.13 합의를 이룬 배경과 그 내용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긴장이 완화된 것에 안심하고, 다시 한 번 북한을 믿어보자는 분위기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합의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보다도 미국에서 찬반양론이 크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번 합의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6년간 견지해왔던 대북정책의 중요한 원칙을 저버렸다고 비판합니다. 그 원칙이란, 북한과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서 양자회담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해야만 보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찬성하는 쪽에서는, 부시가 이제 융통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번 합의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논란을 바라보면서, 북한 당국자들은 자기들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겼고, 드디어 부시 행정부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할 지도 모릅니다. 끈질기게 버틴 결과 이제는 핵문제를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풀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알아야 할 것은 이번 2.13 합의가 승리의 열매가 아니라 하나의 기회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입니다. 북한이 이번 합의를 함으로써 이제 국제사회의 제재 올가미를 벗어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커다란 오산입니다. 왜냐하면,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의거한 대북 제재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부시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밝혔고,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같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는 북한 정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입니다.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인 지원은 허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2.13 합의를 이행한다면, 합의문에 있는 대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것이고, 이는 유엔의 대북제재와 상충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합의를 이행하더라도, 북한 정권을 목표로 한 대북 제재는 계속될 것입니다.
북핵협상이 진행되는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유엔의 회원국들은 대북 제재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예들 들어, 뉴질랜드 정부는 2006년 12월 15일 유엔결의안 1718호를 이행하기 위한 국내 법령을 제정했습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뉴질랜드 정부가 외교관계도 제한되어 있고 지리적으로도 떨어져 있는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법령을 제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뉴질랜드는 유엔의 결정을 지지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 북한의 핵실험 행위가 지역의 안정과 세계평화에 위협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셋째, 유엔제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들이 충실히 결의안을 이행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신에 입각해서 뉴질랜드 정부는 대북 수출 금지의 대상이 되는 사치품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여기에는 양주, 카메라, 초콜렛, 화장품, 명품 의류, 가죽 가방, 운동기구, 담배, 심지어 손목시계까지 들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일상적인 생활용품으로 보이는 것들이 모두 사치품으로 규정된 것입니다. 참으로 엄격한 기준으로 제재 결의안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뉴질랜드와 같이 한반도에 별 이해관계도 없는 나라가 국제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유엔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 법을 만들고 북한을 제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국제사회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인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번 2\x{ff65}13 합의로 승리를 자축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