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베를린 장벽 붕괴와 남북한 통일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20.11.17

해마다 10월이 되면  1989년 가을이 생각납니다. 붉은 제국주의 국가 구소련의 지배를 받던 독일 민주공화국, 즉 동독은 71년 전 1949년 10월 7일 시작되면서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었습니다. 31년 전 1989년 10월과 11월 불과 두달새, 독일은 분단 40년만에 통일의 기쁨을 맛보았고 다른 동구권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도 자유와 민주주의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남북한의 통일도 빠른 시간 내 이뤄질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아직까지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1989년 가을 저는 로므니아(루마니아)의 부꾸레슈띠 (부카레스트) 대학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로므니아의 공산주의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북한 김일성 국가 주석과 20년 가까이 우정 관계를 가졌습니다. 이유는 차우셰스쿠가 1971년 북한을 처음 방문할 때 북한식 주체사상과 독재자 우상숭배를 보고 첫눈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므니아 사람들은 독재자 신격화, 정치 탄압, 인권 유린과 식량 부족 때문에 특히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를 어둠 속에서 살았습니다.  당시 로므니아는 벌가리아 (불가리아), 마쟈르 (헝가리)나 체스꼬슬로벤스꼬 (체코슬로바키아) 등 다른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과 비교해 상황이 북한과 가장 비슷했습니다. 차우셰스쿠 독재 정부의 언론검열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국내 방송을 통해 바깥세계 소식을 제대로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외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바깥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정보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1989년 9월부터 로므니아 사람들도 외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 동유럽에서 세계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므니아 사람들은 그나마 단파를 통해 들여오던 ‘자유유럽방송(RFE),’ ‘미국의 소리,’ BBC 영국의 공영방송이나 Deutsche Welle 서독 방송을 통해 바깥세계의 소식을 들으면서 로므니아도 개방될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1989년 가을 외국 방송을 통해 오스트리아와 마쟈르, 체스꼬슬로벤스꼬와 뽈스까는 수만여 동독 피난민들에게 입국을 허가해 이들이 쉽게 민주주의 국가였던 서독으로 망명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로므니아에서 우리는 심각한 언론 검열 때문에 TV를 통해 독일 통일의 현장을 볼 수 없었기에 서로 하나가 된 독일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동서독 젊은이들은 망치를 들고 냉전시대를 상징하던 베를린의 장벽을 무너드렸습니다.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진 31년 후 북한은 제2의 권력세습을 이뤘으며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며 군사도발, 핵과 미사일을 통해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번영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북한의 통일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동서독은 분단된 지 44년만에 통일되었습니다. 남북한이 분단된 지 72년이 지났지만, 그 전에는 남북한 사람들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포함하여 천년 넘게 같은 언어, 문화와 전통을 나누며 같은 정치체제 하에서 살았습니다. 1871년 한 국가가 되어 1945년 분단되기 전까지 74년의 통일된 독일의 역사는 그 천년이 넘는 통일된 남북한의 역사보다 훨씬 짧았습니다. 그래서 남북한의 운명은 결국에는 분명 통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남북한 통일을 생각해 볼 때,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물론 이산가족이 있는 남북한 고령자들은 통일의 꿈이 간절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명목상 통일을 원한다고 하지만 김씨일가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고,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면서 사실 통일의 꿈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젊은 한국 사람들도 선진화된 한국 정치, 경제, 사회 속에 살면서 인생에 있어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통일의 꿈을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동서독 분단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당시 남북한은 통일의 큰 꿈을 가졌지만, 31년이 지난 지금 남북한은 아직까지 분단되어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인권, 번영과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한 통일된 남북한을 꿈 꿀 수 있을까요? 저는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1989년 이후 태어난 남북한 젊은이들의 나이는 32세 이하입니다. 동유럽처럼 독재, 탄압과 인권 유린을 극복하고 통일이라는 남북한의 운명을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남북한의 젊은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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