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시대 독재체제 하에서 살던 루마니아 사람들은 언론 검열 때문에 새로운 외국 영화나 텔레비전방송을 시청하진 못했지만, 요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루마니아에서는 '대장금,' '올인'이나 '겨울 연가'와 같은 지난 몇년동안 세계곳곳에서 인기를 얻은 남한 텔레비전 드라마까지 다양한 외국 문화를 접할 수 있습니다.
과거 루마니아의 악명 높은 니콜라에 차우체스쿠 정권 하에서는 전기를 아껴 쓰기 위해 하루 2시간밖에 방송되지 않던 텔레비전중앙방송국에서 독재자와 그의 아내를 숭배하는 독주회, 연주회와 음악회를 반복해 시청해야 했고, 미국이나 서유럽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를 보더라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옛날 영화만 봐야 했습니다.
때로는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만든 영화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저도 북한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꽃파는 처녀'와 같은 영화는 루마니아 사람들이 많이 봤습니다. 꽃분이 일가가 악랄한 대지주에게 피해를 당하지만 마을 사람들에 의해 대지주가 습격을 당하고 혁명전사가 된 오빠와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영화의 내용은 북한 공산주의의 선전을 위한 것이었으나 그 당시 많은 루마니아 사람들은 독재자를 위한 방송을 보는 것보다 외국에서 만든 영화를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모든 북한 영화가 공산주의 선전을 위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배우들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영화 또한 작품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영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루마니아 영화는 북한에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특히 세르쥬 니콜라에스쿠라는 루마니아 감독의 '깨끗한 손으로'와 같은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세르쥬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공산주의 시대 제한된 예산으로 루마니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액션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는 '깨끗한 손으로'와 같은 영화를 감독하면서 주인공 '몰도반' 형사 역할까지 맡았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제2차 대전 직전의 루마니아이며 주인공이 루마니아의 나찌 극단주의자들과 싸우는 내용이었습니다.
1989년 루마니아의 반공산주의 혁명 때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활동이 아주 활발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 독재를 무너뜨린 혁명지도자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영화의 주인공처럼 '깨끗한 손으로' 악당을 무너뜨렸던 것이었습니다.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부활한 루마니아 국회에서 1992년부터 사회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생활을 하면서 1990년대 영화감독 활동도 활발히 했습니다. 몇년전 상영된 니콜라에스쿠 감독의 '15'라는 영화는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본 루마니아 반공산주의 혁명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젠 80세된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지난 몇개월동안 루마니아 신문 기자들과 회견을 하며 자신의 영화 감독 생활과 1989년 12월 루마니아 반공산주의 혁명에 관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깨끗한 손으로'뿐만 아니라, 루마니아 역사를 묘사한 영화, 특히 옛날 루마니아 왕에 관한 영화를 많이 제작했습니다. 1989년말에도 14세기에 루마니아 그당시 삼국중에 '발라히아'라는 왕국의 왕이던 '미르차'에 관한 '세르쥬 니콜라에스쿠'의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었습니다.
니콜라에스쿠는 감독뿐만아니라, 영화의 주인공 역할도 맡았습니다.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자 루마니아의 독재자이던 '차우체스쿠'는 그영화를 빨리 개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왜냐하면 과대망상증에 걸린 독재자가 루마니아 사람들이 30년동안 루마니아 왕국을 지혜롭게 지도한 '미르차 대왕'을 묘사한 영화를 보면서 공산주의 독재자인 자신을 옛날 왕처럼 민족을 생각하는 인물로 봐서 반공산주의 운동을 그만 하길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영화도 상영되지 않고,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독재자가 긍정적인 인물이 아닌 사악한 지도자로 역사의 뒷안길로 살아지고 말았습니다.
루마니아 감독 '세르쥬 니콜라에스쿠'의 영화를 재미있게 보던 북한 시청자들은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이후 최근까지 그가 펼쳐온 감독생활과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입니다. 또 남한에서 거주하는 탈북자들에 따르면 1990년대초반부터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공산주의를 무너뜨린 동유럽에서 만든 영화를 북한에서 잘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루마니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깨끗한 손으로'와 같은 니콜라에스쿠의 영화가 북한에서 인기가 좋았던 것처럼,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반공산주의 혁명과 공산주의 독재체제 와해에 관한 그의 영화가 언젠가 북한에서도 개봉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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