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가을추수 '농사실습'과 아동노동의 추억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9.09.03

이번달 13일, 한국 음력으로 8월 15일은 추석 명절입니다. 한해 풍성한 추수를 기념하고 온 가족이 모여 조상들에게 추수한 곡식과 과일로 제사를 올리며 감사하는 가장 큰 명절이지요. 다른 나라들도 한국처럼 추수를 기념하며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고 예배하는 날이 있습니다. 물론 가족과 함께 하려고 온 국민이 고향으로 이동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을 유교 사상 전통이 없는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 2차 세계 대전이후 냉전 시대 때 김일성 정권 하의 북한과 많이 비슷하던 동구라파 나라 로므니아 (루마니아)의 농장들은 거의 대부분 국유화가 되었습니다. 즉, 몇천년 동안 농사를 짓고 살았던 로므니아의 농민들은 조상들이 피와 땀을 흘리면서 가꾸던 농장을 하룻밤에 잃고, 국유공동농장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또 공산주의 정부는 집중산업화를 억지로 시키려고 했습니다. 공산주의 정부는 공장을 너무 많이 만들었지만, 도시는 노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많은 젊은 농민들을 도시로 이동시켜야 했습니다. 특히 1970년대말부터 농사 지을 사람들은 매우 부족하였습니다. 이 상황은 1980년대 더욱 심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시골에서 살던 많은 사람들이 ‘로므니아 국민관’과 같은 독재자 개인 숭배를 위한 커다란 건물공사를 하는데 고용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을마다 공산주의 정부는 우선 군인들을 농사에 투입시켰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초반부터 중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4-5학년까지의 학생들을 2주에서 한달까지 농사에 투입시키고, ‘농사 실습'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저의 세대는 9월만 되면 오늘날 로므니아 학생들처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고, 한국 학생들처럼 가족과 함께 추수를 기념하지 못했습니다. ‘농사 실습'을 가야 했기 때문에, 저 또한 한번도 빠짐 없이 중학교 1학년 10살 때부터 17살, 고등학교 4학년 때까지 ‘농사 실습’ 을 다녔습니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사과, 배, 자두, 토마토, 감자까지 많은 과일과 야채를 직접 추수했고, 옥수수잎까지 직접 손으로 뜯었습니다. 저의 세대 부모들은 정부가 아이들을 ‘농사 실습’ 보내는 것을 너무도 싫어했습니다. 경쟁률이 높고 엄격한 고등학교나 대학교 입학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공부하는데 시간을 보내지 않고, ‘농사 실습’때문에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공산주의 체제와 독재자 정책에 의한 식량 부족과 인권 유린때문에 온 국민이 힘들게 살고 있으면서, 어린이들까지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을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농사 실습’이라는 것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숙제가 없는 것을 좋아하고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는 것을 희망하고 있을것입니다. 포도밭에서는 쉽게 숨을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의 감시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도 많았습니다. 매일 학교 앞에서 멀리 있는 농장까지 버스로 출퇴근하거나 농장 창고 같은 곳에서 숙박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엄격하게 감시하면서 아이들이 추수한 바구니를 세곤 했습니다. 마지막 한사람까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면, 모든 학생들이 퇴근 할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농장을 떠나기전 학생들이 과일을 집으로 가지고 갈 까봐 가방 검사를 하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감자를 추수할 때는 손으로 캐야하니까 많이 힘들었고, 옥수수잎을 손으로 뜯을 때는 커다란 쥐가 몇마리씩 튀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도시에 사는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도시의 오염을 벗어나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농장에서 지내는 것도 그리 나쁜일은 아닙니다. 또 도시에서 사는 사람 들이 힘든 농사를 체험하면서 농민의 생활 양식을 배우는 것도 교육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농사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노예로 사용했다는 것은 지금도 쉽게 잊어버릴 수 없는 일입니다.

‘천리마 운동,’ ‘150일 전투,’ ‘100일 전투,’ ‘만리마 운동’등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하는 북한도 옛날 공산권 국가 로므니아처럼 아직까지 노예 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유럽북한인권협회 (EAHRNK)과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를 포함한 많은 대북인권보호단체들에 의하면 북한 어린이와 성인, 수용소 수감자, 해외 파견 노동자 등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특히 북한 당국 명령에 의해 학생들이 방학 동안 또는 수업시간에 모내기, 땔감 줍기와 철로 보수와 같은 힘이 드는 육체 노동에 조직적으로 동원되고 있습니다. 유럽북한인권협회에 의하면 이런 강제노동은 어린이들의 교육을 방해하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도 해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유엔 아동의 권리에 대한 국제 협약을 1990년 9월에 인준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에서는 심한 인권침해인 아동노동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한 어린이들과 젊은 학생들은 김정은 정권뿐만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도 강제노동을 했습니다. 북한 어린이들과 젊은 학생들이 김정일 정권 때 ‘강성대국’이나 김정은 정권 하에서 ‘병진 노선’ 건설을 목표로 어려운 육체노동에 많이 동원되었습니다.

북한이 사회, 정치,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특히 대학생들을 육체노동에 강제 동원해서는 안됩니다. 대학생들을 공부대신 공사장이나 농사일에 강제로 동원한다면 나라의 경제, 나라의 미래를 어렵게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그들을 노예 노동자로 이용하는 나라는 결코 ‘병진 노선’도 이루지 못하고 ‘강성대국’이 될 수 없으며, 아동노동 또한 기본적 세계 인권기준에 위반되는 행위임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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