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의 상호비판 생활총화 문화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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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고위급 망명 인사 중에는 한국으로 망명했다 2010년 말 사망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주체사상의 입안자로 알려진 황 전 비서는 한국으로 망명한 후 김일성과 김정일 정권의 인권 유린과 관련된 많은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황장엽 전 비서는 한국에 정착해서 ‘서울에 와서 가장 좋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매주 토요일 아침에 소속기관 전체 직원 앞에서 일주일 간의 잘못된 일을 자아비판하는 ‘사상 총화’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황장엽 전 비서는 ‘주체사상 비서와 김일성 대학총장인 선생도 총화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일성과 김정일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황장엽 전 비서는 매주 30분가량 지난 한 주 무조건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계속 지적하면 인간이 더 이상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매주 동료나 친구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도 함께 비판을 해야 한다면 아마도 아연실색 할 것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동료나 친구에게 칭찬은 못해주더라고 쓴 소리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불편한 상황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일상이며 이것을 ‘생활총화’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생활총화는 당 세포, 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 민주주의여성동맹, 직업동맹, 농업근로자동맹 등 자신이 소속된 각 조직에서 매주 하게 됩니다. 소속된 조직을 매개체로 진행되며 주, 월, 분기, 연별로 당 생활, 조직생활, 사생활을 반성하며 서로가 호상(상호)비판을 하는 형식입니다. 북한 주민이라면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사상교육과 같은 것입니다.

‘생활총화’를 할 때는 정해져 있는 틀 안에서만 진행이 됩니다. 특히 당원들이 진행하는 ‘당 생활총화’는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진행하는 ‘청년동맹생활총화’에 비해 그 강도가 훨씬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4년 4월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서 조직 생활총화에 적극 참가하는 것이 명시됨으로써 주민통제는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북한 독재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북한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들이 아닌 학생들까지 서로를 비판하는 ‘생활총화’를 매주마다 진행하는 것은 학생들의 세계관이 형성도 되기 전에 이들을 김일성 사상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한 존중은 없으며 대신 아이들의 생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생활총화’ 진행 방식은 자신이 소속된 분단(학급)별로 진행됩니다.

‘생활총화’ 시간에는 소속되어 있는 그룹에 모든 성원들이 차례로 일어나 무조건 비판을 하거나 받아야 합니다. 비판에는 자기비판과 호상비판으로 나뉩니다. 자기 비판은 말 그대로 일주일 동안에 있었던 잘못한 부분을 반성하고 스스로를 비판하는 것이고, 호상(상호)비판은 다른 사람을 지목한 후 그 사람의 잘못을 끄집어 내면서 소속된 그룹 앞에서 비판하는 것입니다. 이 때 친구 간 기분이 상하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서로 비판을 할 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해진 틀 안에서만 비판을 해야 합니다. 비판을 시작할 때는 북한에서 명언이라고 부르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말을 무조건 인용한 후 비판을 시작해야 합니다.

‘생활총화’를 하는 요일은 조직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중, 고등학생들인 경우에는 매주 토요일 한 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월 생활총화는 매달 마지막 달에 진행되며 그 달에 나타난 결함을 종합적으로 분석 비판하는 방식입니다. 분기 생활총화는 주, 월 생활총화와 달리 기관 단위로 진행되며, 상급조직 간부의 참석 하에 당 총회, 동맹총회 형태로 진행합니다. 연간 생활총화는 12월 말에 하며 형식은 분기 생활총화와 같습니다.

북한이 생활총화를 유지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을 잘하는 것은 당성을 높이는 최고의 무기라며 비판사업을 강화할 것을 역설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사회는 김씨 가문이 하는 모든 말은 곧 명언이며 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북한의 생활총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김씨가문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후 과거에 비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생활총화에 임하는 태도에도 진정성은 퇴색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평생 매주 강제로 친구와 동료를 비판하는 생활총화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생활총화를 통해서 김씨 가문의 사상교육을 강화시키고 다른 것은 아예 받아 들일 수 없게 주민들에게 틈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김씨 가문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사회를 알고 자유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생활총화’는 북한 주민들을 억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탈북한 후 한국, 독일, 영국,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정착할 때 많은 지원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 사회와 정치, 경제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평생 동안 ‘생활총화’를 하면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계속 지적했기 때문에 자유로이 살 수 있는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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