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 지도자의 생일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20.01.07

2020년1월 8일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6세 생일입니다. 2017년과 2018년, 지난 2년 연속으로 북한 당국은 1984년1월8일에 태어난 북한의 지도자의 생일을 공개적으로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진 않았습니다. 북한 언론 매체들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에 대해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일 행사를 하지 않았어도 북한에선 지난 8년 넘게 김정은 신격화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김정은을 찬양하는 구호를 곳곳에서 보이며 김정은 우상숭배가 ‘십대원칙’, 또 김일성 숭배와 김정일 숭배와 함께 주민 ‘생활총화’나 사상교육의 중심입니다. 또 비핵화나 북한 경제개발은 말뿐이었으며 협상 이후 성과가 없었지만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미국, 한국, 로씨야(러시아)와 중국 정상들과 회담하는 장면은 북한 선전매체들이 독재자를 숭배할 기회를 줬습니다.

2017년초부터 북한에선 김정은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2020년 현재까지 그렇진 않았습니다. 젊은 김정은의 생일은 김일성 생일 4월 15일 ‘태양절’이나 김정일 생일 2월16일 ‘광명성절’처럼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김정은 생일에 대해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생일을 아직까지 조용히 보내는 중요한 이유가 더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김정은 어머니의 비천한 출신성분 때문입니다. 김정은의 어머니 고용희는 재일 교포였기 때문에 출신성분이 낮았습니다. 김정은 생일 경축 행사를 하려면 어머니이던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도 집중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 생일을 계기로 어머니 고용희를 숭배하는 데 부담을 느껴 생일 축하 행사를 크게 하진 못합니다. 2004년 세상을 떠난 고용희는 김정은과 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의 생모였으며 김정일의 3번째 부인이었습니다.

물론 어머니의 출신 성분이 낮아 김정은의 우상화 과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얼마 전 북한 언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아내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과 여러 고위간부들과 함께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올라가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사실 독재자가 백마를 타는 장면이 김일성 시대때부터 북한 선전 당국에 의해 많이 공개되긴 했습니다. 8년 전 김정은 정권 초기 때부터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50분 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그 영상물의 제목은 '백두의 선군 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록영화의 목적은 김정은을 찬양하면서 권력세습 과정을 정당화하고 김정은의 우상숭배를 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영상물에는 김정은 우상화에 필요한 장면들이 많았으며 김정은이 말을 타는 모습과 땅크(탱크)에 올라타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도 주민들에게 전했습니다.

북한은1976년 2월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공휴일로 정했고 1995년 2 월 53회 생일을 맞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면서 생일인 2월16일과 그 다음날인 17일을 휴일로 정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는 생일이면 평양시 청년 학생들이 김일성 광장과 시내 곳곳에서 무도회를 열었고 어린이 단체인 조선소년단은 평양체육관에서 전국연합단체대회를 가졌습니다. 또 북한의 각 기관과 주민들은 이날 아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석고상이나 초상화 앞에 김정일화 등을 바치고 충성을 맹세하며 기관별로 예술 공연과 체육 경기를 하였습니다.  김정은 정권 하에서 북한 지도자의 생일 축하 행사를 크게 하지 않았지만, 8년 동안 진행된 김정은 우상화는 김정은을  말 타기, 땅크 운전, 여객기 조종과 사격을 선수처럼 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까지 지도하는 ‘슈퍼맨’으로 찬양해 왔습니다. 또한 북한 당국은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되어 있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미라를 계속 참배해 왔습니다. 북한 언론이 확실한 날짜, 시간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주 자신의 생일을 앞두고 금수산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어머니의 낮은 출신성분을 포함한 여러 이유 때문에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의 생일 축하 행사를 대규모로 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인 숭배는 김씨 일가 유전자에 이미 각인돼 있습니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김정은의 생일도 ‘태양절’이라 불리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일이나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보다 더 화려한 행사가 되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초자연의 능력을 가진 인물로 찬양될 날이 올 것입니다. 21세기에 중세시대 왕들처럼 3세대를 이어 지도자를 우상화하고 숭배하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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