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명절로 보기 어려운 광명성절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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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지난 2월 16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었고, 미국에서는 지난 2월17일이 '대통령의 날'이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날’은 1885년부터 미국의 첫째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조지 워싱턴은 1775년부터 1783년까지 영국 제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지휘한 미국의 최고 사령관이었습니다. 미국이 독립되고 나서 조지 워싱턴은 미국의 왕이 될수도 있었지만 다른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과 함께 군주제를 선택하지 않고 입헌 공화국과 민주주의의 길을 선택하여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45대 대통령입니다. 1945년이후 미국 대통령은 13명이 주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었지만 그동안 북한의 지도자는 독재권을 가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뿐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날은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민속 명절입니다. 이날은 공휴일이며 사람들은 가족들끼리 보내고 미국의 조지 워싱턴과 다른 대통령들을 묘사하는 영화나 기록영화를 보고 특별 할인 가격으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북한은 김정일의 생일을 공식적으로  ‘광명성절’ 이라 부르며 북한의 공휴일이기도 합니다. ‘광명성’ 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날 당시 하늘에는 큰 별이 하나 떴고, 이 별을 가리켜 김일성과 함께 항일 혁명을 하던 빨치산 유격대원들이 ‘백두광명성’이라고 칭송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구쏘련 (소련) 극동 지방 도시 하바로프스크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정권은 현실을 왜곡시켜 김정일의 신격화를 위해 김정일 생일을 ‘광명성절’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북한 최대의 명절로 칭송합니다. 때문에 해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면 김정일을 찬양하는 각종 행사들이 전국적으로 열리게 됩니다. 북한 주민들은 ‘광명성절’이 다가오면 당국에 평소와는 다른 명절 공급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 때처럼 김정은 정권 하에서도 현실은 예상과는 다릅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몇년 동안 ‘광명성절’에 전국의 어린이와 초등학생들에게 과자 한 봉지와 한 가정당 제공된 식용유 한 병, 신발 한 켤레를 공급한 것이 다였다고 합니다.

북한은 김정일 생일이면 전국에서 태어난 갓난 아이들부터 초등학생까지 과자와 학용품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과자를 북한에서는 ‘선물’이라 부릅니다. 탈북자들 이야기에 따르면 매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마다 제공받는 ‘선물’은 ‘고난의 행군’ 이후 맛과 질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맛도 영양가도 없는 과자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면서 북한 당국은 나라가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당의 배려로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은 변함없이 제공한다고 선전합니다.
김정은 정권 하에서도 북한 전국의 어린이들과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지만 김씨 일가 정권 선전을 위해 평양에서는 값비싼 축포가 울려 퍼집니다. 평양의 주체사상탑 주변 대동강 강변에서 축포를 터트리고 평양의 각 대학생들은 무도회에 동원되어 김정일 생일을 찬양하는 명절을 보냅니다. 그래서 사실 ‘광명성절’을 주민들의 민속 명절로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민속 명절을 즐겁게 보내는 것 보다는 김씨 가문을 찬양하기 위한 동원 행사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체제 선전과 김씨 가문의 신격화 행사로 무도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들이 전국적으로 진행됩니다. 각 지방의 공장, 기업소 단위로 ‘충성의 노래모임’이라고 부르는 예술소품, 김정일화 전시회장 참관, 조선소년단 입단식, 각 도시에 설치된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 참배와 같은 김씨 가문의 신격화를 위한 행사들이 열리게 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다과 선물과 식용유 선물뿐만 아니라 북한에만 존재하는 어이없는 선물 공급도 있습니다. 당연히 국가에서 국민들을 위해 공급하는 전기는 북한에서는 선물용 용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북한의 열악한 전기 사정은 25년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같이 24시간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 각 도, 시, 군 별로 몇 시간씩만 공급됩니다. 때문에 북한은 김정일의 생일이나 김일성 생일을 맞이하면 휴일 동안 전기를 공급합니다. 너무나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전기를 독재자의 생일을 맞아 장군님의 배려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 마냥 공급해줍니다.

북한 주민들은 올해도 김정일 동상을 찾아가 당과 수령께 영원히 충성할 것을 맹세하는 행사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기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사는데도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인권, 인간안보와 복지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의 날’과 달리 ‘광명성절’을 주민들의 민속 명절로 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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