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파체파 장군을 애도하며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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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5일 93세인 로므니아(루마니아) 공산주의 해외정보국 출신 미하이 파체파 장군이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에 의해 미국에서 사망했습니다. 냉전시대 때 파체파 장군은 지위가 가장 높은 공산주의 국가 망명자였습니다. 파체파 장군의 증언을 담은 책을 보고 당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1980년대 구소련과 다른 공산주의 독재 국가에 대한 최대압박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로므니아는 냉전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하던 동유럽 독재 국가였습니다.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공산당 총비서 독재주의 국가의 해외정보국 대장이던 파체파 장군은 1978년 7월 서독으로 출장을 갔다 로므니아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망명 때 파체파 장군의 계급은 중장이었습니다. 그는 로므니아의 독재자이던 차우셰스쿠가 가장 많이 믿었던 측근 중 한 명이었습니다. 로므니아 독재자와 그의 아내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었던 그는 미국으로 망명한 후 놀라운 사실을 많이 폭로했습니다. 미국 망명에 성공한 파체파 장군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우셰스쿠의 편집증, 정권의 인권유린, 정치탄압과 모든 악행들을 격렬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파체파 장군의 망명은 차우셰스쿠 독재 정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로므니아의 독재자는 파체파 장군을 자신의 최측근 고위간부로 완전히 신임했는데, 그의 망명으로 믿었던 부하에게 배신을 당한 차우셰스쿠는 그때부터 배신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우셰스쿠는 1971년에 북한을 처음으로 방문해 북한식 주체사상과 독재자 신격화에 첫눈에 반했습니다. 1971년 방북 이후 북한식 개인숭배를 추진 중이던 차우셰스쿠는 파체파 장군 망명 사건 이후 정부 기관의 대다수 요직들에 자신의 가족과 친척들을 기용하는 등 주요 권력을 가족, 친척과 함께 나눠 가지면서 로므니아를 완전한 개인 숭배 국가와 1인 독재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로므니아는 차우셰스쿠 왕조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우셰스쿠에 대해 로므니아 공산당 내부에서도 자기 가족, 친척들만 챙긴다며 불만이 고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989년 말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을 때 많은 공산당 고위 관리들은 로므니아의 독재자를 지지하지 않았으며 독재자와 그의 아내는 결국 군사재판을 받고 처형을 당했습니다.

1978년 미국으로 망명한 미하이 파체파 장군은 1980년대 ‘붉은 지평’이라는 책에서 차우셰스쿠의 생각, 사고 방식과 행위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많이 폭로했습니다. ‘붉은 지평’에 따르면, 차우셰스쿠와 그의 아내는 밀고자와 도청을 통해 로므니아 사람들을 감시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으며, 특히 차우셰스쿠의 아내인 엘레나는 당 간부들의 사생활과 연애 사건은 물론 부부관계까지 직접 감시하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냉전시대에 동유럽 공산정부들은 국가안보보위 기관들을 통해 테러 행위를 많이 자행했습니다. 파체파 장군은 ‘붉은 지평’에서 차우셰스쿠의 비밀 요원들이 악명 높은 국제 테러범들과 연계해 움직인다는 사실까지 폭로했습니다. 파체파에 의하면 그당시 로므니아 군수산업 부문도 차우셰스쿠 정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외화를 벌기 위해 불량국가들에 무기를 많이 수출하곤 했습니다.

파체파 장군의 ‘붉은 지평’뿐만 아니라, 옛날 로므니아 독재자의 명령에 의해 일어났던 테러 사건에 대한 책이 또 있습니다. 15년 동안 ‘자유유럽방송’ 경호 담당자였던 리차르드 커밍스라는 사람은 여러 공산주의 국가의 해외 정보국과 비밀경찰에 의해 일어난 사건들에 관한 여러 글을 썼습니다. 커밍스에 따르면 냉전 시대에 서독 뮤니크에 있는 ‘자유유럽방송’ 본부를 공격하기 위해 차우셰스쿠의 비밀 요원들이 ‘카를로스’라는 악명 높은 국제 테러범을 고용했습니다. 차우셰스쿠에 의해 용병으로 고용된 카를로스의 테러 집단은 1981년 2월 21일에 4-5개의 폭탄을 설치해 서독 뮤니크에 있는 ‘자유유럽방송’ 건물 일부를 폭발시켰습니다.

파체파 장군의 ‘붉은 지평’은 차우셰스쿠가 가장 두려워했던 책이었습니다. 때문에 비밀 경찰은 온갖 수단을 다해 이 책이 로므니아로 유입되는 것을 막았습니다. 저도 로므니아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기 전에는 그책을 읽어 본 적이 없었지만, 집에서 몰래 듣던 ‘자유유럽방송’이나 ‘미국의소리’와 같은 외국방송을 통해 그 책의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 파체파 장군처럼 독재정권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북한을 탈출한 고위 망명자가 있습니다. 고위급 망명 인사 중에는 한국에 망명했다 2010년 말에 사망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주체사상의 입안자로 알려진 황 전 비서는 한국으로 망명한 후 김일성과 김정일 정권의 인권 유린과 관련된 많은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황장엽 전 비서는 북한의 상황이 과거 로므니아 공산주의 독재체제보다 10배는 더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황장엽 전 비서 이후 지위가 가장 높은 탈북자는 태영호 전 공사입니다. 2016년 8월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의 고위 엘리트 계층에 속했던 인물입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단마르크(덴마크), 스웨리예(스웨덴), 유럽연합 담당 과장을 거쳐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파견되어 10년 동안 영국에서 근무했습니다. 태영호 공사는 한국 주민들의 자유투표를 통해 한국 국회의원이 되서 현재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해방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차우셰스쿠의 독재정권 아래서 자랐던 저는 공산주의 독재 정권을 등진 고위급 망명자들을 영웅으로 생각합니다. 그들 대부분이 독재정권 하에서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 정권에 의한 범죄, 인권유린과 탄압을 폭로하기 위해 망명했습니다. 로므니아의 파체파 장군, 그리고 북한의 황장엽씨도 이런 범주에 속합니다.

지난 2018년 5월 태영호 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이 발간됐습니다. 그 책에서 태영호 공사는 평양 심장부, 또한 김씨 일가에 의한 노예제 해방을 위해 의미있는 글들을 많이 썼습니다. 태영호 공사의 책을 읽으면서 북한 주민들을 탄압하고 착취하고 굶기는 김씨 일가와 북한 지도부의 목표, 북한 외교 전략, 기만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태영호 국회의원이 펴낸 책, 또한 태영호 의원과 다른 북한 고위급 망명자들의 노력과 활동이 로므니아 고위 망명자 파체파 장군의 ‘붉은 지평’처럼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위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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