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신뢰도를 높여야할 북한 정권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8.04.10

올 4월 남북 정상회담, 또한 올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정권은 매우 낮아진 외교 신뢰도를 높여야 할 때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1985년 핵무기 전파 방지조약에 가입했으나 1993년 이 조약을 탈퇴했습니다. 그 이후 북한 정부는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지만, 그 합의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2007년 6자회담이 진행되어 북한은 핵 시설 폐쇄와 불능화, 핵사찰 수용을 조건으로 중유 100만톤 등 인도주의적, 경제적 지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이 합의도 위반하고 결국 2009년 제2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2012년2월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을 통해 우라늄 농축을 일시 중지하고 미사일 발사도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그 합의도 위반하며 2012년 4월13일, 12월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김씨 일가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이지, 어렵게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그러한 개발을 하는 데 필요한 투자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북한 정부가 무기를 개발하는 데에만 돈을 많이 쓰고 주민들의 복지에 대해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냉전시대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동맹국과의 관계를 살펴봐도 김씨 일가의 신뢰도는 너무 낮은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약 5년 전부터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의 재무부는 북한이 루마니아에 상환해야 할 부채에 대해 양국 간 회담을 개최하려 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채무 불이행 문제는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북한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산업을 개발해 수출량을 증가시키려 했지만, 효율성이 없는 중앙 계획경제 때문에 산업개발 정책이 실패하자 1976년 외채 상환을 거부했습니다.

북한은 주로 옛 소련과 중국, 일본으로부터 돈을 빌렸지만, 냉전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아주 비슷했던 루마니아 정부로부터도 돈을 빌렸습니다. 그 당시 루마니아의 독재자는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였습니다. 차우셰스쿠는 1971년 북한을 방문한 후 북한식 개인숭배에 반한 나머지 루마니아에도 비슷한 개인 숭배를 조장하려 했습니다. 루마니아의 수도를 평양처럼 군중들이 모여 지도자를 숭배할 수 있는 광장과 거리, 커다란 건물이 있는 도시로 바꿔 놓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차우셰스쿠는 자신의 개인숭배 체제를 건설하는 데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돈을 많이 빌렸습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 루마니아 사람들은 식량과 생활필수품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었지만, 과대망상증에 걸린 독재자는 제 3세계의 영웅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우셰스쿠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다시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에게 무이자로 빌려 줬습니다. 그 때문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피와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일했지만, 냉전시대가 끝난 후 2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와 북한이 2002년 협정을 체결해 북한이 루마니아에 현물로 전액 상환하기로 했으나 북한은 그 협정을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한국, 미국과 다른 국가와의 협상을 통해 경제를 소생시키려면 일단 국가 신뢰도를 회복해야 합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외교 합의를 더 이상 위반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고, 외채 상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은 또한 정치범 관리소를 없애고, 아직까지 한국으로 귀국하지 못한 국군포로들, 한국과 다른 나라 납북자들을 송환하고, 열악한 인권상황을 개선해야 합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참여하려면 우선 다른 나라와 맺은 협약을 지키며 신뢰를 되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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