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천주교 교황은 지난 24일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초대하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은 ‘북한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천주교 신자는 13억6천만 명입니다. 즉, 천주교 신자들은 세계 인구의 거의 5분의 1이나 됩니다. 천주교 지도자인 교황이 남북한의 화해, 북한 비핵화, 북한 인권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방북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사상의 기반인 김일성주의를 보면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어렵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1973년에 발간한 ‘정치사전’ 1047 페이지를 보면 이러한 김일성 주석의 발언이 나옵니다. ‘종교는 일종의 미신이다. 예수를 믿든, 불교를 믿든 그것은 본실상 다 미신을 믿는것이다.’ 또 같은 페이지에 이러한 말도 나옵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종교는 력사적으로 지배계급의 수중에 장악되어 인민을 기만하며 착취 억압하는 도구로 리용되였으며 또 근대에 들어와서는 제국주의자들이 후진국가인민들을 침략하는 사상적 도구로 리용되였다고 가르치시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인민들의 자유 투표를 통해 선출된 게 아니라 김일성의 손자, 김정일의 아들이기 때문에 지난 11년 가까이 북한을 지배해 왔습니다. 김씨 일가를 유지하려면 종교를 거부하는 김일성 주의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은 어렵지 않을까요? 김정은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양 5.1 경기장에 모인 수만명 북한 고위간부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되면 북한 지도부가 그들에게 종교, 기독교, 천주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까요? 김정은 정권의 기반인 김일성 사상이 틀렸다고 설명할까요? 교황은 세계적으로13억6천만명의 종교 지도자이고 김정은은 2천4백만명 북한 인민들의 지도자인데 김정은이 북한 인민들에게 교황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역사 기록을 보면 교황들은 뽈스까(폴란드)나 꾸바(쿠바), 공산주의 독재국가를 방문하면서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황이 인권 유린국을 방문하면서 그 독재국가의 열악한 인권을 거론하지 않으면 그러한 독재정권을 정당화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그리스도교 탄압이 가장 심한 국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다른 종교보다 특히 기독교 신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합니다.
1950년 북한 통계에 의하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1945년 북한의 916만명 주민들 중 약 22.2%가 종교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북한에 천도교 신자 150만명, 불교 신자 37만5천명, 개신교 신자 20만명, 천주교 신자 5만7천 명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은 이른바 ‘공산주의의 아버지’인 레닌과 그 밖에 다른 공산주의 독재자들처럼 ‘종교는 아편’이라고 비난하며 북한의 종교인, 특히 개신교 신자들을 탄압했습니다. 김일성 정권 하에 40만여 명의 종교 신자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정치범 관리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개신교 목사 900명과 30만여 명의 신자들은 강제로 자신의 종교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처형당했습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고문과 생명에 대한 압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종교를 포기하지 않은 천도교 신자 12만명, 불교 신자 3만5천명, 260명의 신부, 수녀와 수도사 등 천주교 신자 5만 명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33년 전, 1989년 동구라파의 공산주의 체제가 국민들의 시위로 무너졌습니다. 동구라파 나라들을 반세기 가까이 탄압한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며 자유를 되찾는 과정에서 뽈스까 출신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7년 가까이 천주교의 지도자 겸 정신적 지도자였던 84세의 교황 요한 바오로 2 세는 2005년 4월 2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해외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모국 뽈스까였습니다. 1979년 교황이 뽈스까를 방문할 때 수백만 명이 교황을 보러 나왔습니다. 그 순간은 동구라파의 어둡고 희망이 없었던 당시 분위기와 많이 달랐습니다. 그 당시 교황은 뽈스까 인민들에게 예수님과 믿음, 종교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종교는 뽈스까 사람들의 국민성을 구성하는 요소였기 때문에, 뽈스까 사람들은 교황의 설교를 들으며 국민성을 다시 되찾게 되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 국가가 되기전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알려진 북한의 인민들도 교황의 방문을 통해 이러한 종교, 정체성, 김씨 일가 신격화에 속하지 않은 국민성의 부흥을 체험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발전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천주교 교황과 같은 세계 종교 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하면서 김 씨 일가의 사악한 종교 탄압과 정치범으로 수감되어 있는 기독교 신자들, 또 기독교 목사를 포함한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한국 주민에 대해 침묵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