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1989년10월을 기념하며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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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초만 되면  1989년 가을이 생각납니다. 붉은 제국주의던 구소련의 지배를 받던 독일 민주공화국, 즉 동독이 70년 전 1949년10월7일 설립되면서 동서 독일이 분단되었습니다. 30년 전 1989년 10월과 11월 불과 두달새, 독일은 분단 40년만에 통일의 기쁨을 맛보았으며 다른 동구권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도 자유와 민주주의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동유럽 민족들의 교도소’라 불리던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붕괴된 지 30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당시 제가 살던 공산주의 독재 국가 로므니아(루마니아)는 동구라파 나라들 중 김일성 주석이 이끌던 북한과 가장 비슷했습니다. 로므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1971년 아내 엘레나와 북한을 처음으로 방문하면서 북한식 독재자 신격화, 주체사상과 북한식 독재에 첫눈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므니아로 돌아와 자신의 나라를 북한과 비슷하게 탄압, 감시, 통제를 통해서 주민들을 지배하는 독재국가로 바꿔놓았습니다. 또한 그전에 ‘작은 빠리 (파리)’로 알려진 아름다운 구도시 로므니아 수도 부꾸레쉬띠를 불도저로 밀어 버려 북한처럼 수만명이 웅장한 거리와 대광장에 모여 구호를 부르면서 독재자를 숭배하기 위한 도시로 바꿔놓았습니다.
차우셰스쿠 독재정부의 언론검열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국내 방송을 통해서는 해외 소식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전력난 때문에 단 하나뿐이던 텔레비전 방송국도 매일 저녁 2시간만 방송하였고, 그나마 그 짧은 시간에 방송된 것도 주로 루마니아의 독재자와 관련된 뉴스와 독재자를 위한 연주회가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나 1989년 9월부터 로므니아 사람들도 동구라파에서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므니아 사람들은 그나마 단파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던 외국 방송을 통해 바깥세계의 좋은 소식을 하나, 둘씩 들으면서 로므니아도 어쩌면 개방될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웃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라디오 소리를 바싹 줄인 채 외할아버지와 함께 바깥세계의 희망의 소식을 듣곤 했습니다. 당시 들었던 내용 중 지금도 귓전에 생생한 한, 두가지를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독일의 분단과 냉전 시대를 상징한 베를린 장벽을 보고 ‘그 장벽을 빨리 없애라’라고 말했습니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체스꼬슬로벤스꼬(체코슬로바키아)와 뽈스까(폴란드)가 수만여 동독 피난민들에게 입국을 허가해 이들이 쉽게 민주주의 국가였던 서독으로 망명할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의 비밀 경찰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해외방송에서 들었던 이런 내용을 누구한테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가족끼리 혹은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친구들에게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도 저의 부모님은 늘상 믿을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며 가장 친한 친구도 믿지 말라 했습니다. 그런 불안과 공포는 공산주의 독재의 탄압을 직접 겪은 사람들만이 알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의 복도 곳곳에서는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독일 통일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독일 통일의 현장을 볼 수는 없었기에 서로 하나가 된 독일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저 상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망치를 들고 베를린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수천여 독일 젊은이들의 모습 말입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 때는 분명 젊은이들의 가을이었습니다. 나이든 우리들의 부모세대는 그저 시절을 비관했지만 동구라파의 젊은이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겠다며 이를 행동으로 실천한 것입니다. 그해 가을 독일에서 로므니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구라파의 젊은이들은 인류 역사의 한 순간을 바꿔놓았습니다.  동서독을 분단시키던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진 지 30년 후, 동유럽의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지 30년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독일의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동독 출신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서독 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지만, 설교 활동을 하던 부모와 함께 태어나면서 동독으로 이주해 1989년까지 동독에서 살았습니다. 동독 출신 정치인이 총리로 선출되어 통일된 독일을 지도하는 것만으로도 통일은 성공적 정치 과정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구라파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무너진지 30년 후 북한의 독재체제는 여전히 건재할 뿐만 아니라, 1994년7월, 2011년 12월에 권력세습이 두번이나 이뤄졌습니다. 2018년 한국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한 정상외교가 지난 1년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발전입니다. 하지만 모든 남북한 사람들의 번영과 자유를 보장하는 남북한의 화해, 평화와 통일을 이루려면 북한의 비핵화, 인권개선, 또한 종합적인 경제, 정치, 사회 개혁이 필요합니다. 30년 전 베를린의 장벽 붕괴를 기념하면서 남북한 통일의 희망을 계속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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