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남북한의 추석을 생각하며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23.10.03
[스칼라튜] 남북한의 추석을 생각하며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추석을 맞은 북한이탈주민들이 북녘을 향해 절하고 있다.
/연합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지난 9월29일은 남북한의 추석 명절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추석과 설날은 가장 큰 명절로 여기지만, 한국에는 추석과 설날 뿐 아니라, 1년 내 공휴일이 많습니다. 즉, 새해, 3월1일 삼일절,  5월5일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6월6일 현충일, 8월15일 광복절, 10월3일 개천절, 10월9일 한글날, 12월25일 크리스마스 등. 한국 공휴일을 살펴보면 한국 문화, 사회, 종교의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크리스마스 성탄절이나 부처님 오신날도 공휴일로 정했습니다. 추석과 설날을 공휴일로 정하면서 오래된 전통과 가치관을 계속 유지하고 기념합니다.

 

저는 동구라파에 있는 로므니아 (루마니아에)에서 태어나 20년 살다 한국으로 유학을 정할 당시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남북한 명절에 대해서도 아는 것은 없었습니다. 로므니아에는 정교회와 관련된 의미가 있는 ‘돌아가신 조상들의 날’이라는 종교기념일이 있지만, 추석과 비슷한 명절은 없습니다. 로므니아에는 공산주의 독재 때 종교 탄압이 심각했지만, 사람들은 집에서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가장 큰 명절로 조용히 보냈습니다. 물론 새해도 큰 명절이며 종교를 탄압하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주요 정교회 성인들을 기념하는 공휴일도 생겼습니다.  '88 올림픽'을 통해 한국을 많이 알게 되었지만 유할 갈 당시 제가 아는 것은 남북한의 태권도와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이었습니다. 또 그 당시 축구에 흠뻑 빠졌던 저로서는 1966년 영국 축구 월드컵에서 북한 축구 국가 대표단의 우수한 경기와 평양 건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1989년 로므니아 공산 독재 체제가 무너지기 전까지 만해도 한국보다는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한국은 세계 경제강대국, ‘88하계 올림픽의 나라,’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나라, ‘2002년 축구 월드컵의 나라,’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 현대와 LG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을 뿐 만 아니라, 한국의 ‘한류’는 온세상을 ‘소프트파워,’ 즉 연성 권력으로 정복했습니다. 한국 음식에서 음악, 영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다양한 문화가 해외에서 아주 인기 높습니다.

 

저는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 많이 몰랐지만, 알면 알수록 한국의 가치관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만의 독특한 가치관 가운데 가족이란 것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대부분 나라들에서는 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 제도가 등장했지만, 한국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백 년 가까이 걸렸던 변화가 한국에서는 한 세대 안에 일어났습니다. 한국에서는 사회가 많이 변했지만 아직까지도 전통과 진보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에 볼 수 있는 한민족의 대이동만 보더라도 이런 명절은 수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자기의 고향과 어린시절의 추억들을 찾으려는 의미있은 전통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통, 조상, 고향과 부모를 ‘사회의 기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태어난 로므니아도 다른 유럽나라들과 비교해서 좀더 보수적이지만, 한국처럼 몇백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 조상을 숭배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김씨 일가 숭배, 독재정치, 정치탄압, 경제난과 인권유린 때문에 번영하는 경제강국인 한국과 정반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5000년의 단일 민족의 역사에 비하면, 지난 75년의 분단의 역사는 아주 작지만. 북한도 개혁과 개방의 길을 선택한다면 정권의 사상이 아닌 뿌리깊은 전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추석을 지내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서 남북한의 이산 가족을 생각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은 언젠가 남북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해 모든 가족과 친척을 쉽게 만날 수 있게 하는 첫 걸음이라 생각하며, 또 그런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좀 더 앞당겨야 합니다. 한국 이산가족 13만 명 중 4만 명 밖에 남지 않았으며 그 4만 명 중 1만 명이 90세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이라 하면 시급히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인도적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해마다, 추석이 오면 고향으로 내려가는 수백만대의 자동차들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한국 사람들은 참으며 무려 10시이 걸려도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언젠가 추석날 서울에서 부산보다는 서울에서 평양으로 가는 고향길이 더 짧고 더 빠른 날이 꼭 올 것이라 희망을 가져 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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