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영구분단 원하는 김정은
2024.01.04
2023년 12월 30일, 김정은은 당중앙위원회에서 연설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와 같은 연설은 신년사를 대체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김정은의 어떤 연설이든 획기적, 역사적 사변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의 연말 연설을 과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연설의 내용을 보면 북한은 반세기를 넘게 지켜 온 통일정책을 포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 정부는 비공개 자료 특히 인민군 자료에서 무력의 힘으로 나라를 통일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공개 자료 대부분에서는 통일을 이루는 방법이 바로 타협과 회담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남북한의 실상을 잘 모르고 국제 상황도 잘 모르는 북한 인민들 대부분은 남북의 지도자가 만나 통일에 대한 조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애초에 이것은 환상이었습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회담이나 타협으로 이룬 통일의 전례를 찾기 불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지도 계층은 통일에 대해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핵심 이유는 남북 경제 수준의 격차입니다. 남한은 자신보다 매우 어렵게 사는 북한과의 통일로 안게 될 막대한 경제 부담을 걱정했습니다. 반대로 북한 지도자들은 통일된 한반도에서 경제적 기반이 없는 자신들의 힘이 사라질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은 이제부터 평화스럽고 조화로운 통일에 대한 꿈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을 남한으로 돌리고, 오늘날 남한 보수 정부가 강경 노선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남한에서 이 정도의 강경한 대북 노선을 추진했던 보수 정부는 이미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 특히 박근혜 정부는 오늘날 윤석열 정부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정치 노선 변화를 초래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갑자기 생긴 변화가 아닙니다. 지난 2023년부터 북한 언론과 공식 발표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남한의 정식 국호, 대한민국을 사용했습니다. 이 행위는 북한 지도부가 남한을 공화국 남반부가 아닌 완전히 다른 국가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이제 북한은 남한 지도부가 “영구 분단 음모”를 획책한다고 강력히 비판해 왔던 “두 개의 조선” 이론을 지지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지도부는 왜 입장을 바꿨을까요?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남북한의 통일방안, 즉 남한의 연합 제안과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 제안은 처음부터 환상에 불과했습니다. 양측 지도자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드디어 북한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이 사실을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말하면 북한의 입장에서, 적어도 북한 집권계층 입장에서 분단의 영구화는 나쁘지 않습니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통일을 한다면, 통일국가에서 그들의 권력 기반은 약해질 것이며 그들의 목소리는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또한 과거의 잘못 때문에 북한 집권 계층에게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집권 계층은 북한을 한반도에서 두 개의 주권 국가 중의 하나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