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선전일꾼들이 인정한 자신들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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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남한의 통일부장관은 대북정책을 설명하면서 남한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연말까지 수정 보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측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북한측은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를 통해 이와 같은 방안을 매우 심하게 비난했습니다. 북한 측은 “역사의 오물장에 처박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습니다.

북한측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남한이 공화국 체제의 와해를 목적으로 하는, 흡수통일 야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진짜 재미있는 반응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냐하면 이런 반응을 통해 북한 선전일꾼들은 자신들이 숨기고 싶은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 선전일꾼들은 북한 사람들이 외부생활에 대한 진실을, 특히 남한 생활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면, 북한 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당연히 북한선전일꾼들에게 이만큼 큰 공포는 없습니다.

물론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처음부터 남북한이 교류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서로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북한 특권계층은 물론 처음부터 평백성이 해외로 가는 것을 허가하지 않겠지만 하급간부 정도면 해외로 갈 기회가 많아길 것입니다. 당연히 남한 사람들도 북한에 가는 일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북한 당국자들이 수십 년 동안 숨기려 노력해온 비밀이 노출될 것입니다. 이 비밀이란 남북한의 생활수준 격차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남한 사회에서 빈부격차가 없지 않지만 매우 어렵게 사는 남한 사람이라고 해도 북한 인민이 보기에 너무 잘 사는 사람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평백성들은 북한 선전일꾼들이 열심히 강조하는 무상치료, 무상교육이 헛소리, 빈말에 불과하다는 것도 즉각적으로 알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나라인 남한이 사실상 무상치료, 무상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남한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은 무상치료를 받을 수 있고, 돈이 있는 사람은 조금만 돈을 내면 되는 것이 오늘날 남한의 교육, 의료의 현실입니다. 당연히 이것은 선전일꾼들이 열심히 평백성들에게 숨겨야 하는 중요한 비밀입니다.

평백성들이 잘 모르는 것은 남북한의 생활 격차가 굉장히 크다는 사실입니다. 북한 인민들이 이 사실을 잘 알게 된다면, 체제에 대한 불만, 특권계층인 간부들에 대한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된다면 북한 특권계층이 나라를 다스릴 희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마 이러한 상황이 된다면, 북한 특권계층의 생존방법은 중국군대의 도움을 요청하고, 중국군대의 힘을 빌려서 반체제 민주혁명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인민군대를 별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 군대로만 혁명을 진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특권계층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이러한 치명적인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평백성들이 진실을 알 수 없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외교관이나 선전일꾼들은 남북교류를 운운하며 윤석열 정권이 교류를 방해하고 있다고 시끄럽게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하는 수많은 파렴치한 거짓말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그들에게 남북교류는 곧 죽을 독약을 마시는 바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번에 대외선전 어용 매체 메아리는 이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