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은 북한 미사일 개발 역사에서 의미가 큰 달이었습니다. 3월 16일 아침, 북한은 새로 만든 화성-17호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미사일은 고도 20km에 도달했을 때 폭발했습니다. 이 미사일의 폭발은 평양시민 대부분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관영언론은 이 사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24일 발사된 미사일의 성공은 바로 다음날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24일 발사된 미사일과 관련해 외국 전문가들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발사된 미사일이 화성-17호가 아니라 구식 화성-15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화성-15호이든 화성-17호이든 둘 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입니다. 그런데 왜 북한은 24일에 발사한 미사일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을까요?
기본 이유는 인민들에게 성공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입니다.
16일 발사된 미사일의 공중폭발 사건은 바로 평양 상공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언론의 보도가 없어도 평양시민들 본인들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국자들은 실패를 숨기기 위해 새로운 미사일 발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24일의 미사일 역시 16일과 같은 장소, 즉 평양 시민들이 볼 수 있는 순안공항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선전 공작 겸 군사기술 실험을 계획하기 시작한 당국자들은 아직 확실한 성공 경험이 없는 화성-17호를 발사할 수는 없었을 듯 합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2017년에 별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발사한 화성-15호를 다시 한번 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선전일꾼들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거짓말을 했습니다. 24일 발사 이후 조선중앙텔레비죤은 미사일 발사 관련 기록영화를 보여주었는데요. 물론 이 기록영화 자체도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기록영화는 옛날 서양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옛날 미국 첩보영화를 흉내 낸 장면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기록영화도 왜곡과 거짓말로 채워졌습니다.
외국 전문가들은 이 기록영화의 자료 중 일부가 3월 24일이 아니라 3월 16일에 촬영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증거는 2가지 입니다. 하나는 구름의 방향입니다. 기록영화에 등장하는 하늘은 24일 오후 2시가 아닌 16일 오전 9시의 하늘이었습니다. 또 기록영화에는 16일과 24일 촬영분이 섞여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기록영화를 왜곡한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는데요. 거의 확실히 이 영화는 16일에 촬영됐습니다. 하지만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편집하고 그 자리에 24일 추가 촬영 장면을 덧붙여서, 영화를 완성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북한 언론의 역할을 잘 보여줍니다. 북한 언론은 인민들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수단이기 보다는 당국자들 즉 수령과 당중앙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세계관을 인민들에게 입력시키기 위한 수단입니다. 이를 위해 진실을 숨길 수도 있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3월 16일 사례는 진실을 숨긴 사례입니다. 24일 사례는 사실을 편집하고 거짓말을 보탰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우리가 북한 언론의 주장을 믿기 어려운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