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국제노동절과 공산주의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5.02
[란코프] 국제노동절과 공산주의 북한 각지에서 5·1절(근로자의 날)을 맞이하여 오락 경기와 체육경기, 공연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국제노동자의 날, 51일은 북한의 공휴일입니다. 5.1절로 알려진 이 명절은 북한뿐 아니라 세계 공산주의 운동의 역사에서 매우 특별한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절의 역사가 바로 공산주의 사상의 변천사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1886년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노동자 시위에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출동이 발생했고 이 충돌로 1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이후 국제공산주의 운동은 이 날을 노동계급의 연대성을 상징하는 명절로 정했습니다. 이후 공산주의 사상과 별 관계가 없는 국가들까지 51일을 노동자의 날로 인정했고 세계의 대부분 국가에서 이 날을 기념합니다.

 

1880년대 공산주의 운동의 기본 원칙은 극한 국제주의였습니다. 공산주의 운동을 시작을 선언한 공산당 선언이라는 로작(노작,)에서 맑스와 엥겔스는 공산주의 운동의 핵심 구호를 어떻게 제시했을까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전 세계 노동자는 단결하라는 호소였습니다.

 

초기 공산주의 이론가들은 노동자들에게 조국은 없으며, 애국심은 지주나 자본가와 같은 착취계급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제1차 세계대전 시기, 레닌을 비롯한 러시아 볼셰비키당 즉 공산당과 다른 국가의 공산당 역시 자기 정부의 패전을 노골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당연히 북한의 공산당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늘날까지 북한 어용 역사책은 김일성이 1930년대 초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부분을 감추고 있지만, 1930년대 한반도의 공산주의자들은 중국 공산당에 입당해 활동했고 다른 국가의 공산당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와 같은 공산주의자들의 반민족주의 태도는 권력에 대항해 싸웠던 공산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공산당은 권력을 장악하자 하루아침에 그 태도를 바꿨습니다. 공산당이 마구 비판했던 애국심은, 권력을 잡은 공산당에 의해서 다시 강조됐습니다.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족주의는 백성들을 통제, 관리하기 위한 귀중한 수단입니다.

 

1917, 러시아에서 권력을 잡은 러시아 공산당은 1918년부터 조국애국심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자신들의 투쟁 목적은 세계 혁명이 아닌 러시아 국가의 구조 강화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모택동 주석은 공산주의자였지만 처음부터 민족주의 경향이 강했습니다. 애초부터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투쟁이 민족해방 투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도 같습니다.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은 나라를 장악하자 공산주의의 국제주의 원칙을 버리고 북한 땅에서 강성대국을 건설할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는 국제주의를 이어갔지만 북한의 대외정책은 사실상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이유로 5.1절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이날에 등장하던 세계 혁명 이야기도, 국제 연대성 이야기도 사라졌습니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행사로 대체되는 노동절의 분위기는 옛 소련에서도, 중국에서도, 북한에서도 공산국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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