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에서 더 이상 해외 소식 전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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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1972년 5월 3일은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이날, 당시 북한을 통치하던 김일성은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선언했습니다. 조국통일 3대원칙 선포일은 큰 명절은 아니었지만, 수십 년간 해마다 행사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아무 행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남한의 국방 강화 정책, 한미동맹 강화 정책에 대해서 북한 측이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 집권계층도 갈수록 통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인민들이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많은 남한 청년들은 통일에 별 관심도 없고, 통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 이유는 통일이 한국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20년 전에 등장했지만, 최근 몇 년 간 더 심해졌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이러한 경향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바로 북한 지도부입니다. 특히 김일성시대 북한 관영언론에는 남조선 소식이 참 많았습니다. 물론 이 소식 대부분은 왜곡과 거짓말로 가득 차 있었는데요. 이후로도 관영언론이 주장하는 남한은 민주국가인 남한, 부자 나라인 현재의 남한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2010년까지 로동신문에는 남한 뉴스를 다루는 면까지 있었습니다. 북한 선전 일꾼들은 이러한 보도를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남조선 관련 기사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오늘날 북한 정부의 논리를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북한 정부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쇄국정치, 즉 자기고립 정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 통치자들의 입장에서 일반 주민들은 외부 생활을 잘 알 수 없을 때에만 지금의 북한체제 유지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민중이 외부 생활을 배우는 방법과 통로는 다양합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반동사상과의 투쟁’으로 위장한 ‘바깥 소식 단절 투쟁’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경 경비도 중요하고, 주민들에 대한 감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바깥 소식을 막는 제일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주민들이 외부 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아예 해외에 대한 보도를 그만두는 것입니다. 그들은 남한이나 외국 관련 말을 내부적으로 듣지 않게 된다면, 관심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3-4년 전부터 북한에서 해외에 대한 보도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래서 올해 5월 3일에 조국통일 3대원칙 선포 관련 행사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오늘날 북한 집권계층은 일반 주민들이 남조선을 지상지옥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북한 내에서 남한의 드라마와 영화 등을 몰래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으로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대해 배우기는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민들 가운데 남한이 풍요롭고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아예 이러한 생각을 못하도록 남한 관련 보도도, 통일 관련 보도도 줄이고 있는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