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이 해외원조를 낭비한 역사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8.05.17

최근에 한반도 상황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6월 12일에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아직 확실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양측은 어떤 타협을 이룰 것 같습니다. 북한이 즉각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아도, 미국측은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주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당연히 남한도 2000년대 초반처럼 대북경제지원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북한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수준 향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볼 때, 이것은 참 좋은 소식입니다. 북한은 해외투자 및 지원을 많이 받을 경우, 경제발전을 훨씬 더 빠르게, 훨씬 더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경제지원을 받는 경우에도, 해외에서 나온 돈을 책임 있게 제대로 이용할 때에만 바람직한 결과가 생길 것입니다.

북한경제의 역사를 보면, 북한은 원래 해외에서 지원받은 돈을 낭비한 적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70-1980년대 상황입니다. 당시에 구 소련도, 중국도 속으로는 북한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지정학적 고려 때문에 적지 않은 지원 혹은 원조를 북한측에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청취자들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당시 북한 경제가 빨리 성장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경제발전 속도도 느려지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이렇게 된 기본 이유는, 북한 경제를 통제한 사람들이 해외에서 나온 지원을 낭비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치와 선전 입장에서는 가치가 있지만 경제적인 의미가 없는 가치가 없는 사업들을 위해서 해외로부터의 지원을 쓴 적도 많고 북한경제 내부의 비합리성과 비효율성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경제 부문에서조차 소련이나 중국에서 제공된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해외에서 온 경제지원과 원조, 투자를 선전사업을 위해서 썼던 경향을 잘 보여주는 것은 1970-1980년대 평양의 모습입니다. 당시에 평양에서 개선문, 주체사상탑, 인민대학습당 등 비싸고 웅장한 건물을 많이 지었습니다. 이 건축물들을 지을 수 있었던 조건 중의 하나는 당시에 해외에서 경제지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주체사상탑이나 만경대 극장 대신에 철도재건설이나 발전소 건설, 아니면 통신 발전에 투자했더라면 북한 경제는 훨씬 더 많이 성장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1990년대 초까지 경제를 관리하는 국가사회주의는 낭비자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부들은 절약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그들은 자원을 아껴 쓸 이유가 조금도 없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디에나 옛날 소련식 경제관리방식을 기본으로 한 국가사회주의 제도가 무너져버린 기본 이유입니다.

저의 희망은, 이번에 북한은 다시 한번 해외에서 지원을 많이 받게 된다면 만경대극장보다 네 배나 더 큰 량각도극장을 건설하는 대신에 수천 km나 수만 km의 포장도로를 만들고 아직 1930년대 일본 식민지 시대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철도를 재건하고, 전기를 대규모로 생산할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저 역시 제 희망대로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조금의 희망은 있습니다. 현재 북한 결정권자들은 옛날처럼 사회주의 이야기를 여전히 하고 있지만 사실상 마음속으로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힘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곧 나올 것 같은 대규모 재정지원이 낭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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