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속도창조운동과 북한의 반복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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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은 80년대 북한에서 속도 창조 운동이 발기한 날입니다. 저도 80년대 평양에서 유학했을 때, 어디서나 ‘80년대 속도’라는 구호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 언론은 80년대 속도 등 속도전을 계속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별 효과가 없습니다.

80년대 북한경제는 성장이 계속 느려졌고, 마침내 90년대 초 경제난이 시작됐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 경제의 80년대 속도는 0이었습니다. 자리에 멈추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40년 전, 왜 북한은80년대 속도 창조 운동을 시작했을까요? 이것은 북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회주의 국가들은 사상적으로 주민을 동원해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북한에서 주민들을 사상 동원해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노력은 1950년대 말 천리마 운동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당시 김일성은 소련 외교관들과 만났을 때 천리마 운동을 시작한 이유를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어렵게 사는 북한에서 노동자들에게 줄 물질적인 보상이 모자라서, 그 대신에 사상으로 그들을 격려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김일성과 그 측근들은 1930년대 무장투쟁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부대는 사단이나 군단이라는 멋진 이름을 달고 있었는데요. 실제로는 수십 명, 많아야 100명 정도였습니다. 거기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거의 다 자원해 입대했고, 전투 정신이 강했습니다. 군국주의, 정신주의 경향이 짙었던 김일성은 북한 사회를 열망이 가득한 군대의 소대나 대대처럼 지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사람들이 돈을 받지 않고 사상, 종교, 애국심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때가 없지 않습니다. 주로 심한 국가 위기가 생겼을 때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습니다.

1950년대 말 천리마 운동을 시작했을 때, 일부 인민들은 몇 년만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당시에도 이러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사상 동원의 불가피한 결과는 인민들의 실망입니다.

인민대중들은 갈수록 선전일꾼들의 시끄러운 선전을 듣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들어와서, 속도 창조 운동이라는 시끄러운 구호 때문에 일할 열망이 높아진 인민들이 어느 만큼 있었을까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사람들은 보상받을수록 일할 열망이 높아집니다. 일을 잘하면 돈을 잘 벌고, 좋은 집의 입사증을 얻고, 가족들과 같이 휴일을 잘 보낼 수 있다면, 사람들 다수는 열심히 일합니다. 보상받지 않아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극소수 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힘입니다. 시장경제에서는 일을 열심히 하거나 똑똑하게 일하면

보다 큰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전일꾼이나 듣기 좋은 구호가 없어도 열심히 일하고, 나라의 경제는 좋아집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중국을 보면 이 사실을 아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모택동 시대의 중국은 김일성 시대의 북한만큼 구호와 선전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경제는 매우 낙후되었습니다. 모택동 사후 중국이 구호와 선전을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하기 시작하자, 중국경제는 고속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북한에서 사상 동원을 지나치게 많이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착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