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무너진 금강산 관광을 회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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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1일 매우 이른 아침, 당시 남한 사람들이 여행으로 방문하던 금강산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생겼습니다. 이른 아침에 바닷가에 산책하러 나간 중년의 남한 여성 박왕자 씨가 금강산 관광구역의 경계선을 넘어갔고 경계를 서던 북한 초병은 그녀를 향해 발포했습니다. 박 씨는 즉시 사망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현장엔 경계선이라고 표시돼 있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그때까지 10년 동안 지속된 남북한 경제교류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당시 남한은 진보파 노무현 정권에서 보수파 이명박 정권으로 교체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습니다. 남한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북한 사람들과 달리 남한 사람 대부분은 북한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한 사람들은 대통령을 뽑는 투표장에 나갈 때 북한 문제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당시 그들이 보수파를 지지했던 이유는 주로 남한 내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이명박 보수 정부도 북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 남북 교류는 활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청취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남북 교류는 결코 평등한 교류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금강산관광지구를 비롯해 모든 남북 경제협력은 남측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야만 가능했습니다.

진보파들은 대북지원이 문제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민족주의와 인도주의적 이유를들며 잘 사는 남한이 북한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보수파의 논리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런 형식의 대북 지원이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도와주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보수파 정치인과 기자들은 “남한 민중들이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북한이 개발하는 미사일과 핵무기를 위해 돈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정권을 잡으면 처음부터 북한과의 교류를 그만둘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남북교류를 열심히 지지했던 노무현 정부는 남북교류의 불평등한 성격을 숨기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있고 법을 제정하는 국회가 있고 힘센 야당도 있는 한국에선 그 사실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당시 국민들 가운데는 대북지원에 대한 불만이 고조하고 있었는데요. 심지어 ‘대북 퍼주기’라는 말까지 흔히 사용됐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전체적으로 볼 때 당시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문제는 많이 중요하지 않았지만, 남한 민중 가운데 이와 같은 불평등한 교류를 정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업지구는 ‘대북 퍼주기’의 상징물이었던 것입니다.

그 때문에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남한 정부는 이 사건 때문에 북한과의 관광 교류를 그만두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당시에 남한 측이 조금 양보를 했더라면 금강산 관광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보수 정부뿐만 아니라 북한 측의 태도를 보며 남북교류에 대해 실망했던 남한 여론도 금강산 관광 재개에는 별로 의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금강산 관광은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후 몇 년 이내에 남북 경제협력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20년 전에 볼 수 있었던 남북 경제교류가 재개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한 보수파는 여전히 이러한 협력을 국가 자원의 낭비라고 생각하고, 지금 야당인 진보파는 옛날보다 협력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습니다. 민중들도 그렇습니다. 저는 남북협력을 계속 지지해 온 사람으로서 이 사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