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블록불가담 운동의 추억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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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블록불가담 운동의 추억 지난해 11일과 12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진행된 블럭불가담운동(비동맹운동)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고위급 회의 모습.
/REUTERS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오늘은 블록불가담 운동의 날인데요. 북한 관영 언론에서는 최근에 해외 소식이 거의 없어졌지만, 여전히 블록불가담 운동 관련 언급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의 흐름을 아는 사람들에게 이런 현상은 진짜 이상해 보입니다. 지금 세계에서 블록불가담 운동을 이야기하고 있는 나라는 사실상 북한뿐이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955년 등장한 블록불가담 운동은 70년대 절정에 달했지만, 그 후에 퇴조했고 1990년대 들어와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블록불가담 운동에 참여했던 국가들은 이 운동을 공식적으로 해체한 적이 없지만 활동을 중지한 지는 오래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운동에 참여했던 국가들 절대다수는 이 운동을 기억조차 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1960년대 블록불가담 운동은 큰 힘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미국을 비롯한 시장경제 국가들과 소련을 비롯한 국가사회주의 국가들은 날카롭게 대립했습니다. 또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수많은 발전도상 국가들은 자신들이 미국도 아니고 소련도 아닌 제3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믿었습니다. 북한도 이 기회를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970년대 북한은 미국과 대립했고 동시에 소련식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반감도 컸습니다. 뿐만 아니라 1970년대 북한은 대부분의 발전도상 국가들보다 잘 살아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어느 정도 인기도 있었습니다. 결국 1970년대 북한 외교는 블록불가담 운동으로 얻은 것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옛날이야기가 된 지 오래입니다. 1980년대 말 사회주의 국가들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고 무너졌습니다. 중국처럼 여전히 사회주의 간판을 내걸고 있는 국가들도 사회주의 경제를 포기하고 시장 경제 노선을 도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발전도상 국가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나라들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지만, 일부 나라들은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루고, 발전된 나라가 됐습니다. 결국 이들 나라들이 공유하는 목적이 무너져 버렸고, 이 운동은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사상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 사상일꾼들은 어떤 주장을 시작하면 바꾸기도 어렵고 그만두기도 어렵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는데요. 70년대 북한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오랫동안 외교 활동의 기반으로 이용했던 블록불가담 운동이 사라진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느 정도, 선전일꾼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는데요. 1970년대, 블록불가담 운동에 참가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낙후된 나라들의 일부 지식인들은 북한을 본받으려고 했고 짧은 기간 동안 주체사상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은 옛날보다 더욱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핵무기와 악명높은 독재, 인권침해 때문입니다. 지금 세계에서 북한을 본받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한이 블록불가담 운동의 옛 추억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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