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 밤, 러시아 외무상 세르게이 라브로프가 북한에 도착했습니다. 그의 방문은 최근 밀접해진 북·러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1990년대 초 소련 공산당 정권이 무너진 이후, 북·러 무역이 갈수록 줄어들어 북·중 무역의 50분의 1 수준입니다.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급 회담은 열렸지만 외교 분야에서 협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바꿔 말해서 양측은 경제 협력, 외교 협력의 의지는 있었지만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북러 협력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북한의 핵무기, 두 번째 장애물은 북러의 무역 구조입니다. 최근, 국제 정치의 변화 때문에 러시아도 북한도 관계를 발전시키려 노력하지만 과연 이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우선 첫번째 장애물,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968년 핵무기 비확산 조약에 의해서 러시아는 5개 핵보유국 중의 하나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합법적으로 핵보유국가로 인정된 것은 막대한 특권입니다. 핵무기는 절대무기이고 핵보유국은 외부 침략을 두려워하지 않고 핵무기가 없는 국가를 압박하고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핵보유국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세계에 새로운 비합법적인 핵보유국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기주의적인 이유 외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러시아든 다른 핵보유국이든 국제 질서의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핵보유국이 많을수록 핵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핵보유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대부분은 핵무기 확산을 매우 부정적으로 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러시아는 얼마 전까지 UN 안보리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의 대북한 제재를 지지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했습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와 러시아의 관계는 악화됐고 이런 이유로 러시아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태도를 앞으로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양국의 무역구조입니다. 북한 경제는 매우 낙후한 수준이지만 국제 시장에 팔 수 있는 수출품은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 기업들은 북한의 수출품에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북한 수출의 핵심은 석탄, 철광석을 비롯한 지하자원인데 이런 자원은 러시아에 이미 차고 넘칩니다. 북한이 주력 수출하는 수산물 역시 러시아가 더 많이 생산하고 있어 러시아 국내에서는 수요가 거의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그나마 매력이 있는 것은 노동력, 즉 노동자 파견이 유일합니다.
사실상 과거 구소련 시기, 북한과 무역을 활발히 하는 것처럼 보였을 때도 이것은 착각이었습니다. 대규모 무역이 가능했던 이유는 구소련이 전략적인 이유로 북한과의 무역을 국가 예산으로 후원했기 때문입니다. 즉 호상 이익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무역이 아니라 무역을 가장한 '대북한 지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과 적대적 관계로 돌아선 러시아는 다시 옛날 소련 시대처럼 북한과의 무역을 후원하며 북한을 지원할 수 있을까... 이번 라브로프 외무상은 평양에서 이렇게 하자고 제안하는 북한 외교관들과 만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러시아 상황을 감안하면 대규모 대북 지원을 할 능력과 의지가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아무튼 이 질문에 대답은 우리가 올해 또는 내년 무역 통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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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