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 ‘식량난’ 과대평가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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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아침, 북방한계선(NLL) 이남 강원도 속초 근처 해상에서 한 남한 어민이 수상해 보이는 배를 발견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수십 년 전에 사라진 옛날 배의 모습은 거의 확실히 북한에서 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어민은 당국에 신고했고 곧 남한 해군과 해양경찰의 배가 와서, 목선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그들은 탈북민으로 확인됐습니다. 동해에서 탈북민이 탄 배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발견됐습니다. 이것은 탈북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남한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서, 이러한 탈북 사건이 생겼다고 주장합니다. 일부 기자들은 2차 고난의 행군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남북한 1인당 소득격차가 너무 큽니다. 북한 원산에서 100km 떨어진 속초를 포함한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북한보다 거의 30배가 큽니다. 이만큼 큰 생활 수준 격차는 불가피하게 막대한 압박을 초래하는데요.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경향은, 어렵게 사는 지역 사람들이 합법, 비합법을 막론하고 가까운, 잘 사는 지역으로 가려고 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면 중미의 멕시코(메히꼬)는 기근도 없고, 북한 기준으로 보면 참 잘사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웃 나라인 미국의 경제 수준이 훨씬 높기 때문에 수십만 명의 멕시코 사람들은 매년 미국으로 갑니다.

오늘날 부자 나라가 된 한국에는 북한뿐 아니라 여러 나라 사람들이 오고 있습니다. 2023년 초 기준으로 한국에 와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220만 명 수준입니다. 그들 가운데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잘 사는 나라 출신들은 거의 없고, 압도적 다수는 베트남(윁남), 태국, 중국 사람들입니다. 즉 한국보다 어렵게 사는 국가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또 이런 이유로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고 싶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국경 경비가 전례없이 엄격해져 중국을 경유해 남한으로 가기는 무척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그 때문에 앞으로 배를 타고 탈북하는 사람들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정말 식량난이 대기근으로 확대되었을까요? 솔직히 말해 지난 3~4년 동안 북한에서는 믿을만한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아 외부 사람들이 북한 시골의 생활을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분명 북한의 국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식량난은 예상되지만 그 수준이 2차 고난의 행군이 발생할 정도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기본 이유는 북한을 중요한 완충 지대로 생각하는 중국이 대북 원조를 공짜로, 필요한 만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 중국과 미국의 사이가 나빠지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북한은 중국에서 지금 정도의 지원은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말하면 중국 의존도는 북한 측에 심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북한 입장에서, 특히 어렵게 사는 농민이나 평범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북한 외교관들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뿐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 악화도 잘 이용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중국만큼 대북 지원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지만, 그래도 북한 측엔 유용한 외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목선 탈북 사건이 과장된 결론으로 연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