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고, 양측은 대규모 경제협력을 많이 토론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 단계에서 이 경제협력 이야기는 그저 외교 수단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가 실시되고 있으니, 세계 여러 나라들이 북한과 무역이나 경제협력을 거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유일한 문제는 아닙니다. 현재 대북제재 완화의 가능성이 높지도 않지만 만약 어떤 기적이 있어 대북제재가 하루 아침에 풀린다 해도 북한과 대규모 무역을 하려는 나라들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북 철도연결’을 들 수 있습니다. 남한 측이 철도 연결 이야기를 많이 해온 이유는 남북 철도가 연결된다면 남한 물건을 북한을 경유하여 러시아, 중동, 특히 유럽으로 더 빠르게 더 쉽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남한이 남북철도 연결에 공을 들이는 첫번째 이유는 남한의 수출 상품을 북한을 횡단해서 빨리 유럽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북한입장에서 볼 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남한이 북한 지역을 통해 유럽으로 물건을 수출하기 시작한다면 남한은 북한에 철도 이용료 즉 상당한 현금을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 철도연결 이야기가 시작된지 거의 20년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엔 아무런 경제 제재도 없었고, 러시아를 비롯한 이웃나라들도 남북 철도연결을 환영했지만 결국 철도 연결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기본 이유는 돈입니다. 철도 연결은 막대한 돈이 필요합니다. 북한 철도는 아직 너무 열악합니다. 기차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또 철도로 운반할 수 있는 화물의 양이 많지 않다면 철도 연결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북한 철도는 지금 새로 건설되어야 합니다. 개량 역시 필요합니다만 개량 역시도 너무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사업입니다.
최근 원산과 라선을 연결하는 동해선 철도만 우선 개량 하자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금액을 추정해봤더니 적게는 50억 달러, 많게는 150억 달러가 필요합니다. 천문학적인 거액입니다. 이는 북한이 1년이나 2년 동안 해외로 수출한 모든 물건을 합한 가격과 비슷합니다.
이 많은 돈을 투자할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러시아, 중국, 한국 기준으로도 큰 돈입니다. 물론 투자할 능력은 있지만, 한반도에서 다시 정치 위기가 생긴다면 비록 철도가 연결되었다고 해도 정치적 문제 때문에 언제든지 철도는 마비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철도 개량에 투자한 막대한 돈은 하루 아침에 낭비한 돈이 될 것입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 철도공사도 중국 여러 기관도 말로는 남북 철도연결을 환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자신의 돈을 낼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남한의 경우,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시도가 경제적으로 위험하다 해도 정치적 이유때문에 지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은 민주국가라서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마음대로 쓰지 못합니다. 많은 남한 유권자들은 남북의 평화공존을 환영하지만 또 북한으로 지나치게 많은 돈이 흘러가는 것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한 국민은, 막대한 대북 투자를 하는 정권에 대해 불만이 생길 것입니다. 당연히 남한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주민들의 불만을 도발할 생각이 없습니다.
따라서 남북한 협력이 가능하게 될 경우에도, 첫 단계에서는 소규모 사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철도연결과 같은 대규모, 거액의 사업은 양 측이 별 문제 없이 오랫동안 협력할 경우에만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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