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은은 왜 어린 딸을 내세웠나
2023.11.30
지난해 11월 18일, 김정은은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개 현장에 자신의 어린 딸을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그 후 1년 동안 김주애로 알려진 소녀는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수많은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우리는 이들 행사 대부분이 군사와 관련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 보도에 따르면 10대 초반의 이 소녀는 ‘조선의 샛별’이라는 칭호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주애는 후계자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북한 통치자의 이러한 움직임은 두 가지 입장에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것은 봉건시대 세습 원칙을 따르는 시대착오적 정책입니다. 반면에 여성을 후계자로 정하는 것은 봉건시대의 가부장 의식, 남존여비 사상을 무너뜨리는 정책이니, 이런 면에서는 또 진보적인 성격도 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어디에나 여성들의 정치, 사회적 역할이 높아졌습니다. 현대 세계에서 특히 선진국에서는 여성 대통령, 총리, 장관의 선출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선희 외무상입니다. 당연히 최선희라는 여성은 일반 로동자, 농민집 딸이 아닙니다. 그는 내각총리까지 올라간 고급 간부의 딸, 즉 북한식 귀족입니다.
또한 김여정도 좋은 사례입니다.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 통치자는 자신의 아들이 나이 때문에 후계자가 되지 못했을 때, 자신의 동생을 대리인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동생이 없는 김정일 시기, 이러한 역할을 했던 사람은 김정일의 여동생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 장성택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자신의 여동생 김여정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선택했습니다.
다른 사례도 비교적 많습니다. 사실상 김정은의 비서 역할은 현송월이 수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간부들 가운데 여성이 어느 정도 포함돼야 한다는 방침을 내렸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 배경을 감안하면 김주애의 등장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딸을 차기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 김정은은 보이지 않지만 매우 심한 저항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 통치자와 그 측근들은 봉건시대 남존여비 사고방식을 극복했지만, 북한 사람들 대부분, 특히 북한 간부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군인들은 큰 반감을 숨기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에서 젊은 공주와 비슷한 김주애가 공개 석상에 자주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먼저 김정은은 북한 사회, 특히 북한 간부들에게 여자라고 해도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고방식을 변화하는 게 가능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따라서 이런 깜파니아(캠페인)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이것이 김주애가 어릴 때 등장한 이유로 보입니다.
또 일반 행사보다 군대 관련 행사, 최신 무기와 관련된 행사에 김주애를 동행하는 것도 여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자는 무기와 군대를 잘 모른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해, 어릴 때부터 군사 행사에서 현장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김주애로 알려진 소녀가 나중에 북한 지도자가 될지 또 된다고 해도 권력을 얼마나 오랫동안 장악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딸을 위한 김정은의 기반 만들기는 시작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