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명령식 경제로 되돌아가려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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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당대회 자료는 많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북한 지도부는 위험해 보이는 진실을 인민들에게 알려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로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관영언론이 보도한 제8차 당대회 관련 보도를 보면, 북한 지도부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북한지도부는 심한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의 보고는 매우 시대착오적으로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그의 할아버지가 50년 전에 했던 보고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세계 어디에서나 실패로 끝나버린 명령식 경제로 돌아갈 생각이 있어보입니다. 이것은 정말 시대착오적인 생각입니다.

이번 보고 내용을 보면 북한은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화학공업이 세계경제를 움직이지 않게 된 지 벌써40~50년이 넘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북한이 중화학공업을 잘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북한 간부들은 철강생산을 늘리자, 비료생산을 늘리자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철강이나 비료생산량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동시에 구식인 중화학공업보다 오늘날 지식경제시대에 적합한 공업을 개발한 나라들은 크게 성공했습니다.

1980년대까지 북한보다 어렵게 살던 중국은 지난 30~40년 동안 놀라운 경제 기적을 달성했습니다. 중국의 경제 기적을 이끈 공업은 당연히 중화학공업이 아닙니다.

1970년대 말부터 중국 고급 간부들은 구식 중앙계획경제를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탈린식 중화학공업 우선정책도 포기했습니다. 중국 경제는 당중앙의 명령 때문에 성공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중국경제는 시장경제가 되었기에 새로운 필요에 맞게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 며칠 전 다시 강조한, 명령식 경제는 유연성이 없고 현대세계에 적응할 능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시장경제로 전환할 마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유감스럽습니다. 왜냐하면 2010년대 초 김정은의 등장 이후 북한은 시장화 개혁을 어느정도 도입했는데 많은 성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이와 같이 진보주의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시장화 정책 대신에 구식 중앙계획경제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8차당대회 보고에서 김정은이 강조한 내각책임제, 국가의 지도적인 역할 회복 강화 등은 북한이 다시 명령경제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상업봉사부문에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주장은 꽤 위험하게 보이는데요. 이것은 매우 성공적으로 경영되고 있던 합의제 식당 등에 대한 심한타격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구식 중앙계획경제 복구를 꿈꾼다면 당연히 대실패로 끝날 것입니다. 도대체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왜 이러한 길로 가려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현 단계에서 북한 지도부는 국내안전유지, 체제유지, 특권유지를 위해 개혁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짧은 생각입니다. 지금의 정책을 통해서 북한지도부는 얼마 동안이나 사회를 통제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북한은 갈수록 이웃 나라보다 뒤쳐질 것이고 결국 장기적으로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제8차 당대회에서 선언된 경제정책은 장기적으로는 자살정책이라고 할 수있겠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