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 국가들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20.02.27

북조선 관영언론들은 언제나 외국세력들이 공화국을 파괴하려 밤낮없이 미친듯이 노력하고 북조선 체제의 붕괴를 꿈꾸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거리가 너무 먼 주장입니다. 오늘날 북조선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들은 모두, 북한 체제의 붕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이웃 나라들이 모두 북한과 북조선 인민들을 사랑하고, 북조선을 도와 줄 마음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결코 아닙니다. 국제사회에서 국가들은 서로 협력할 수도 도와줄 수도 있지만 보다 더 많은 경우,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웃 나라의 힘이 커지는 것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웃 나라가 갑자기 무너져 버리는 것도 환영할 수 없습니다. 이웃 나라에서 발생한 위기는 자국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과 위기는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중동에서 나온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유럽까지 가서 유럽 경제와 정치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조선 주변 국가들은 북조선의 정치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천 500만명이 사는 국가가 갑자기 혼란에 빠지는 것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 나라가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면 더 큰 문제입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현상유지를 원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 현상유지는 지금 북한 집권 계층이 계속 권력을 잡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갑자기 무너진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이익이 가장 큰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매우 중요한 완충지대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체제가 무너진다면 흡수통일이 가능하고 이 경우, 미군이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공포는 모스크바에도, 북경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뿐만이 아닙니다. 북조선 관영 언론의 주장과 달리, 남한에서도 정부는 물론 대부분의 국민도 북한체제의 붕괴를 결코 환영하지 않습니다. 물론 남한에는 노동당 정권과 김씨 일가의 독재로부터 북한 인민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수파들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엔 극소수입니다. 남한은 부자 나라인데 북한은 너무 못사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북한 정권이 무너져서 흡수통일이 된다면 남한 경제는 매우 큰 타격을 받게 될 겁니다. 남한 국민들은 흡수 통일의 경우 수 십 년동안 북한 경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체제의 붕괴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강대국은 미국뿐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북조선 체제 붕괴와 흡수통일은 중국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많은 미국사람들은 북한에서 끔찍한 독재정권이 무너진다면 아름다운 민주주의 국가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북한 체제 붕괴가 초래할 정치 혼란에 대한 걱정은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체제붕괴를 환영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그래서 서울과 워싱턴, 북경과 모스크바의 외교관과 정치인들의 기본 희망은 한반도의 현상유지와 평화공존입니다. 이 상태를 가장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만 그들의 희망대로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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