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나오는 소식을 보면, 쌀값이 1kg당 1,200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지난 12월 4일 조선중앙은행의 간부인 조성현 책임부원은 조선신보 기자들에게 '화폐개혁으로 인해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2002년 7월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북측 당국자들이 화폐개혁을 단행한지 3개월이 되었지만 쌀 가격은 20원이 아니라 1,200원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예측하지 못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방송을 자주 들으신 분들은 제가 이미 한 달 전에 '북한에서 물가가 폭등할 것'이라고 전망한 걸 기억하실 겁니다.
쌀값을 비롯한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북한 정부의 잘못된 정치적 결정 때문입니다. 북한 정부는 화폐개혁 이후에도 인민들이 공장 기업소에서 예전과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 3,000원 씩 받던 노동자는 화폐개혁 이후에도 새로운 화폐로 3,000원 씩 받게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모든 물가가 하루 아침에 100배로 낮아진 조건 하에서, 이는 생활비가 100배나 많아진 걸 뜻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물가의 폭발적인 증가를 불가피하게 수반했습니다. 국가 시장 안에서 물건과 현금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현금이 많아지면 물건의 가격은 불가피하게 올라갑니다. 북측 당국이 생활비는 손대지 않고 물가만 낮춘 것은 경제학의 기본적인 법칙을 어긴 것입니다. 따라서 실패는 필연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지도부는 화폐 개혁을 계획하면서 왜 이렇게 이상한 정치적 결정을 내렸을까요? 물론 월급이 갑자기 100배로 높아지면 좋아할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과 달리 이 결정을 내린 간부들은 시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물가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북측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급을 올리자고 결정한 사람은 김정일이었던 걸로 생각합니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상의 아들로 대학에 입학한 김정일은 경제학을 열심히 배우지 않았을 걸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김정일은 경제를 관리하는 것보다 정권을 장악하는 기술을 잘 아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화폐 개혁을 해 생활비를 100배로 향상하자! 이렇게 하면 공장 기업소에 다디는 사람들의 생활이 그 만큼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 한 게 아닐까요.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건강 때문에 분석 능력이 약해진 김정일 위원장은 이러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화폐 개혁은 실패로 끝난 게 명확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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