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영철 숙청설 소동으로 본 자유언론의 중요성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9.06.13

요즘에 김영철 숙청설이 국제 언론에 의해 많이 보도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영철의 숙청설이 이만큼 많이 보도된 이유가 있습니다. 로동당 부위원장 김영철은 얼마 전까지 미국과의 회담을 담당한 사람입니다. 김영철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적까지 있습니다.

그러나 청취자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김영철과 그 밑의 일꾼들이 준비한 하노이 회담은 북한의 실패로 끝나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언론들은 김영철과 일꾼들에게 문제가 생길 것이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김영철이 아직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만, 김영철과 일꾼들이 미국 지도부의 계획, 특히 미국 대통령의 속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이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마 김영철과 통일전선부 일꾼들은 미국에 대해 분석할 때 미국 언론의 보도와 미국에서 힘과 영향력이 많은 사람들의 주장을 믿고 그에 따라 결론을 내렸을 것입니다. 문제는 미국에서 언론도, 영향력이 많은 사람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노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어떤 것보다 ‘보기 좋은 합의’를 만들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북한 일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핵시설이 아닌 영변 핵시설 폐기를 받아들이고, 이것을 국내에서 미국 시민들에게 자신의 성공처럼 자랑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협상을 거부했고 북한이 모든 핵시설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국가 이익 측면에서 봐도 이것은 올바른 태도입니다.

그러나 북한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 좋은 합의’를 얻기 위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에 거의 모든 미국 언론도 전문가들도 비슷한 예측을 많이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거의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이것이 민주국가의 기본적 특징입니다.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좌파 성향이 많은 민주당,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우파 성향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을 열심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것은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남한에서도 지금 신문 대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을 열심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 사람이 해외에 갔을 때 매우 놀라는 것 중 하나입니다. 그들은 어떤 나라의 신문이나 방송이 나라의 대통령을 열심히 비판하고, 그들의 잘못을 많이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 눈과 귀를 의심합니다.

하지만 민주국가의 진짜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언론들이 경우에 따라 그 나라의 대통령이나 수상을 실제보다 더 많이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국가에는 야당을 지지하는 반정부언론도, 정부를 지지하는 여당 언론도 있습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야당 언론은, 그를 지지하는 여당 언론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예외적인 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야당 언론과 여당 언론이 대체로 비슷한 규모로 있습니다.

북한사람들에게 언론자유는 매우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잘 사는 나라, 힘이 있는 나라는 거의 모두 다 언론 자유가 많은 나라입니다. 왜 그럴까요? 정부가 시키는대로 보도하는 언론은 사실상 나라의 중요한 문제를 보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주국가의 언론을 분석할 때는 그 나라의 상황을 잘 알아야만 좋은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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