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로동신문의 바뀐 국제면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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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동신문 국제면을 보면 웃음을 참기 어렵습니다. 원래도 북한의 신문은 외부생활을 지옥처럼 묘사하고 북한생활을 락원처럼 묘사하는 경향이 매우 심했습니다. 왜곡과 날조 투성이의 선전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로동신문 국제면을 보면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든 특징이 있습니다.

로동신문이 보도하는 해외소식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국제 뉴스의 절반 이상은 세 개 주제만 다루고 있는데요. 하나는 신형코로나비루스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여러 나라에서 큰물을 비롯한 자연 재해 보도이며, 셋째는 교통사고나 범죄 활동입니다.

이것은 진짜 웃기는 모습입니다. 잠비아에서 생긴 교통사고에 대한 기사도 있고, 인도의 파괴된 다리 소식도 전합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작은 지진이 생겼을 때도 로동신문은 열심히 독자들에게 알려줍니다. 파푸아뉴기니 이웃나라 신문들도 이 지진은 규모가 작아서 별로 보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멀고 먼 북한에서 로동신문은 이 작은 지진이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신문에 실리는 사진도 재미있는데요. 일본이든 중국이든 큰물 때문에 파괴된 다리, 물 속에 잠긴 도시 모습도 있습니다. 이러한 스타일의 보도는 전 세계에서 로동신문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로동신문은 외국 소식이라면 무조건 나쁜 소식이라는 원칙을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해외생활을 조금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보도도 이젠 거의 없습니다. 지난 몇 주동안 북한 인민들은 끝없는 재해와 재난으로 세계정세가 지옥이라는 인상을 받았을 것입니다.

작년 말까지 로동신문 국제소식은 왜곡과 거짓말 투성이이기는 해도, 가끔 국제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분석자료도 사라지고 국제생활 경향에 대한 의미있는 보도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올해 초부터 국제소식 보도 경향이 바뀌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왜 이렇게 할까요? 작년 말에 김정은은 확대전원회의 연설에서 북한은 오랫동안 어려운 조건 하에서 생존해야 한다고 연설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대체로 옳은 주장이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제재는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국제교류와 무역 그리고 관광을 개발해 외화수입을 늘릴 수 있을 줄 알았던 북한 지도부는 오랫동안 고립생활을 다시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으므로 일반백성들은 외부생활에 대해 덜 알면 좋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지도부는 일반 백성들이 북한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지 않도록 외부생활이 북한보다 더 어렵다고 선전해야 했을 것입니다.

세계 어디에나 큰물, 지진을 비롯한 재난이 생기는 것을 안다면, 일반 백성들은 북한의 식량난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이 작아질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북한 선전일꾼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거짓말은 의미가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사람들이 이만큼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를 본다면, 세계의 참된 모습을 알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태도는 심한 후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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