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외교의 계속되는 승리와 그 한계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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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말해서 북한은 사실상 실패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40년대 말 동아시아 지역에서 1인당 경제수준이 가장 높았던 나라들 중 하나였던 북한은 오늘날 이 지역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북한이 잘 하는게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외교입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예외적으로 훌륭한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매우 낮은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수십년 동안 중국, 소련, 미국 등 강대국들을 교묘하게 움직였고 그들의 갈등과 다툼을 잘 이용했습니다. 북한 외교는 지난 3년 동안 지킬 생각도 없는 약속, 암시와 다양한 움직임을 이용해 시간을 잘 벌었을 뿐만 아니라 양보까지 얻었습니다. 또 북한 외교관은 중국도 러시아도 잘 이용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외교관들은 왜 이처럼 승리를 거듭하고 있을까요?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만약 북한 외교관이 실수를 한다면 김씨 일가 정권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모두, 체제가 무너진다면 자신들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목숨 걸고 체제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둘째는 북한 외교관들은 다른 나라의 외교관보다 특권이 많다는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외교관들은 힘도 돈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청취자 분들은 이해가 잘 안될지도 모르지만, 미국에서 외교관 소득은 의사보다 조금 작은 편입니다. 물론 잘 사는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의사들은 돈을 아주 잘 벌지만, 그래도 미국사람들이 볼 때는 외교관이 그리 높은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의 외교관들은 가족 배경도 훌륭하고 머리도 아주 좋은 사람들입니다. 물론 아버지를 등에 업고 외교관이 된 고급 간부의 아들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외교관들은 진짜 열심히 배운 사람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러시아 외교관은 실수를 한다 해도 아주 큰 문제는 없습니다. 혹 문제가 생긴다면 좌천당하거나 퇴직을 당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대학이나 연구소에 가서 일하면 됩니다. 하지만 북한 외교관들은 문제가 생긴다면 감옥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감옥으로 가지 않는다 해도 그 자리에서 쫓겨나면 아주 큰 타격입니다.

북한 외교의 성공을 초래한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국가 구조와 관계가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국내 정치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 민중은 정치노선을 반대할 생각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최고지도자들은 대외 정책을 결정할 때 민중의 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북한처럼 주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는 외교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북한 당국은 틈만 나면 자신들을 공화국이라고 운운하지만 잘 아시는 것처럼 북한은 사실상 왕국입니다. 이러한 점은 역설적으로 외교에서 도움이 됩니다. 민주국가에서 최고지도자는 다음 선거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다음 선거까지 전까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정책을 열심히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의 정치생명을 결정하는 것은 선거의 승패입니다. 그 때문에 민주국가는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결정을 내린다면 이 결정은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그래서 북한의 외교는 매우 성공적인 것입니다. 문제는 그 외교를 통해 얻은 결과가 많은 경우에, 북한 체제 자체의 문제 때문에 그냥 사라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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