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비건 대표의 발언과 남한 핵개발의 불가능성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9.09.19

얼마전 미국 대표들은 전례가 없는 암시를 했는데 이것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북회담의 미국측 대표자인 스티브 비건은 최근 미시간대학의 강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남한도 일본도 핵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비건은 이와 같은 전망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았다는 뜻입니다.

현 단계에서 비건 대표의 말은 중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얼마 동안 미국과 손을 잡고 북한에 강한 압박을 가했던 중국은 작년 봄부터 태도를 바꾸고 다시 북한에 대해 소규모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측의 경고는 중국이 여전히 북한 핵개발에 눈을 감고 있다면 남한도 일본도 핵을 개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번 발언은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외교적인 압박이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일본도 남한도 마음만 먹으면 2~3년 이내에 북한의 핵무기를 능가하는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의문이 없습니다. 문제는 정치입니다. 정치상황을 감안하면 남한도 일본도 핵을 개발할 가능성이 사실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국내에서 반핵 감정이 매우 심합니다. 북한 선전 일꾼들은 일본이 다시 한번 아시아 침략을 꿈꾼다고 매일 운운하지만 이것은 그저 웃기는 거짓 선전에 불과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큰 고생을 했던 일본 인민들은 지금까지 군사력 사용에 대해 반감이 심합니다. 특히 핵무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아주 큽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사람 90% 정도가 핵무기 개발을 열심히 반대합니다.

그렇다면 남한은 어떨까요? 여론조사를 보면 남한사람들은 최소 50%, 최대 70%가 핵무기를 개발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수파 한국 정치인들은 민중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 가끔 핵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꿈일뿐입니다. 기본 이유는 남한은 세계 무역으로 부자가 된, 잘 사는 민주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남한이 정말로 핵개발을 시작한다면 국제 사회에서 심한 제재 대상이 될 것입니다. 최근 비건 대표의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은 당연히 열심히 반대할 것입니다. 일본도 열심히 반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남한의 핵개발을 제일 무섭게 생각하는 나라는 일본도 미국도 아니라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이 남한의 핵개발을 두려워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남한이 핵개발을 한다면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서 연쇄적으로 핵개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베트남도 대만도 태국이나 미얀마까지 핵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나라가 핵을 개발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만이든 베트남이든 중국에 대해 공포감이 심하고 적대감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한이 핵을 개발하기 시작한다면 중국은 매우 심한 대남 제재를 실시할 것입니다. 남한과의 거의 모든 무역을 갑자기 중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남한 전체 무역의 4분의 1은 중국과의 무역입니다. 중국의 대남 제재는 남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 민중들의 목소리는 거의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도부 뜻대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은 민주국가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러한 위기를 초래한 정부에 대해 분노하고, 그 정부는 다음 선거에서 낙선할 것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지금 핵개발을 지지하지만 북한처럼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핵개발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남한에서는 핵개발이 없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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