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한의 미래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10.09.30
지난 월요일, 몇 명의 간부들이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았습니다. 그들 가운데 두 사람에 이목이 집중됩니다. 한 명은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이고 또 다른 이는 그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입니다.

북한 밖에서는 이 같은 결정에 놀라워합니다. 120만 명에 달하는 인민군의 대장 칭호를 받은 사람 중에 군관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군대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 동안 경공업을 경영했던 김경희는 재봉틀은 잘 알지만 대포가 무엇인지 잘 모를 겁니다. 27살도 안 된 젊은 청년인 김정은도 북한의 자기 또래들이 군대에 복무할 때, 부잣집 아들만 다닌다는 스위스 국제 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현대국가나 근대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결정은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사실상 북한은 옛날 봉건주의 국가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이 나라는 1950년대부터 절대군주 국가가 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왕국입니다. 왕국에서는 왕비, 왕손 등 왕족은 군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해도 대장과 같은 고급 칭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이해하고 북한을 들여다보면 당대표자회 이후 북한이라는 왕국의 궁정 정치가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으로서는 역사책을 한번 읽어보는 것이 북한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는 건강이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늙은 임금, 야심이 많은 그의 여동생과 그의 남편 그리고 경험도 없고 지지 세력도 별로 없는 젊은 세자가 있습니다.

임금으로 볼 수 있는 김정일 위원장은 머지 않은 장래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즉위할 사람은 김정은이란 젊은 세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경험도 없고 권력기반도 없기 때문에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의 배후에서 통제, 지도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최신 북한 소식을 보면 이와 같은 역할을 할 사람들은 바로 김경희와 그의 남편인 장성택입니다.

그러나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이와 같은 체제는 쉽게 불안해 질 수 있습니다. 세월이 갈 수록 젊은 국왕은 야심도 많아지고 정치 영향력도 커질 것입니다. 그는 실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자신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친족들에게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이후의 상황은 우리가 역사물에서 봤던 그 장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북한의 권력세습 자체가 아닙니다.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장성택이든 김경희든 유일한 정치적 목적이 권력 유지라는 것입니다. 나라의 발전도 인민의 생활 개선도 이들의 정치적 목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봉건주의 국가에서 서민들이 정치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 했듯이 북한도 비슷합니다. 인민의 생활이야 어떻게 되든 북한은 김씨 왕조의 개인적 소유물이 된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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