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컴퓨터 기술에 대한 환상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10.10.21
북한 당국은 컴퓨터 기술에 대한 큰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컴퓨터는 현대 과학이 보여주는 기적과 같은 기술입니다. 컴퓨터 덕분에 정보관리가 쉬워졌고 기술과 생산, 과학 분야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 어렵게만 보였던 과학 문제와 기술 과제는 지금의 컴퓨터 기술로 쉽게 해결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컴퓨터에 대해 많은 얘기를 접할 수 있는 북한의 고위층 간부들은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이 컴퓨터 같은 뛰어난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듯합니다. 그래서 뛰어난 최신 기술을 도입하면 북한 경제가 다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 입니다. 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현대사회의 요구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사회체제입니다. 어떤 뛰어난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이런 사회 환경에서는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없습니다. 컴퓨터 기술도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에서 공장마다, 학교마다, 사무실마다 컴퓨터가 확산되더라도 일부 기능적 개선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결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북한 정권의 정책은 봉건주의 중국정권이 19세기 후반에 실시했던 ‘양모운동’과 비슷합니다. 당시에 청나라 대신들은 중국 내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최신 무기와 군사 기술을 도입한다면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최신 무기와 기술을 수입하고 국내에서 조립, 생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시대착오적인 봉건주의 사회체제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 도입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또한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컴퓨터는 위험한 기술로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는 기계를 관리하는 기술보다 정보와 지식을 확산, 복사, 관리하는 기술로 봐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국가가 허용하지 않는 정보, 지식의 확산을 가장 위험한 사회 현상으로 여깁니다.

컴퓨터가 북한 주민들에게 보급될 경우, 그들은 더 쉽게 외국에서 나온 책을 읽고 외국 영화를 보며 국가가 원하지 않는 여론을 확산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북한 정권은 이런 사실까지 따져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컴퓨터 기술의 도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소식입니다. 이런 컴퓨터 기술의 도입이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독재 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도구는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