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소토지 농사와 토지 개혁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10.12.23
북한의 산 곳곳에서 작은 밭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 밭은 협동농장의 밭이 아닙니다. 면적도 크지 않고 밭의 모양도 일반 협동농장의 밭과는 다릅니다. 특히, 함경북도 자강도 지역에 이러한 밭이 많습니다. 바로 여러분도 잘 아시는 ‘소토지’ 얘깁니다.

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살아남기 위해 북한 주민들은 개인 밭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지금 북한의 북방지역에서 소토지를 하지 않는 농민은 거의 없습니다. 소토지의 대부분은 경사가 심한 산에 있어 흙도 좋지 않고 물건을 나르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이렇게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소토지의 평당 수확량은 협동 농장보다 높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역사도 증명하는 사실입니다. 농민들은 자신의 땅에서만 열심히 일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예를 보겠습니다. 중국은 1970년대 말, 2차 토지개혁을 실시했습니다. 북한 협동농장과 비슷한 인민공사의 토지를 농민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이후 십년이내에 중국의 농업 생산량은 1.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주도, 협동농장도 없는 땅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농민들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13억 중국 사람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중국의 토지개혁은 아래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중국 농민들도 북한 농민들과 비슷하게 몰래 소토지를 경작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1970년대 말, 농민들의 이러한 행위를 단속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정하고 계속 추진했습니다. 결국 중국은 중국역사상 처음으로 주민의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소토지 합법화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소토지 단속에 대한 소문은 계속 돌고 농민들은 이런 소토지 농사가 가능할지 항상 불안해합니다.

중국 경제의 기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북한 고급간부들은 이런 소토지 같은 개인농업의 효율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농업의 효율성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국가 감시에서 벗어나 있는 셈입니다. 그들은 협동 농장에서 일하고 분배를 받는 농민들보다 더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특권과 권력, 체제유지를 위해 북한 간부들은 국민 전체가 이밥을 먹을 만한 생산성이 담보된다고 해도 토지 개혁을 끝내 허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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