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류경호텔과 강성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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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북한 언론을 보면 2012년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북한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2012년 이후, 인민들의 생활이 완전히 달라져 북한이 말 그대로 강성대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사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2012년까지 중요한 변화를 기대할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지금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남한, 베트남과 같은 나라들과 비교해본다면 세월이 갈수록 경제 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경제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등의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지난 20년 동안 이루지 못한 경제 성장을 어떻게 이룩할 수 있겠습니까? 150일 전투와 같은 대중 동원을 통해서 경제를 살릴 수 있겠습니까? 이 해답은 북한의 경제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북한은 100일 전투, 150일 전투. 이런저런 전투를 계속 하고 있지만 전투를 하면 할수록 점점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 언론은 무엇을 믿고 2012년에 대해 이토록 시끄러울까요? 사실, 이것은 북한 지배계층이 인민을 관리하기 위해서 쓰는 방법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경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모든 문제가 잘 풀릴 것이라고 정해놓고는 사람들에게 이 주장을 주입시키면 결국 사람들은 이 주장을 믿고 더 열심히 일하고 정부를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공산국가에서 이용된 일종의 선전, 선동 방법입니다. 제가 자란 소련에서도 1960년대 초, 공산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1980년이 되면 돈도 없고 부족도 없는 완벽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게 될 것이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 모택동은 인민들에게 '3년만 열심히 일한다면 만년 동안에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1980년, 소련은 더욱 어려워졌고 모택동의 대약진 운동은 100%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북한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 2012년까지 북한의 경제는 어느 정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중국에서 대규모의 원조를 받았고 2012년까지 교활한 외교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 원조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고 해도, 강성대국의 수준이 아니라 1980년대 김일성 시대의 수준에도 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2012년을 맞이하면서 평양에 대중 행사를 열고 몇 개의 상징성이 높은 건물을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여 년 동안 완공하지 못한 류경호텔에 유리창을 붙일 것입니다. 물론, 유리를 붙인다고 해도 류경 호텔은 호텔로 이용될 수 없습니다. 중간층 전체를 모두 비워놓은 상태에서 유리창만 붙인 호텔. 이 필요도 없고 이용할 수도 없는 호텔의 겉모습을 위해 적지 않은 투자를 하는 것은 2012년에 대한 북한 당국의 헛된 선전을 잘 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류경호텔은 2012년, 북한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상징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