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과 선진국의 인기직업 차이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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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딸이 얼마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의학 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러시아에 사는 그녀의 할머니는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 러시아 할머니는 “우리 손녀가 외국어를 아주 잘 하는데 왜 통역대학이 아니고 의대에 입학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평생동안 소련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은 별 인기 없는 보통 직업의 하나지만, 반대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되는 통역원이나 번역가가 아주 인기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곳 남한이나 오스트랄리아, 일본, 그리고 미국 등 세계의 발전된 국가 어디에서나 의사는 아주 인기 있는 직업일 뿐만 아니라 소득이 높은 직업군에 속합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거나, 혹은 인기 없는 직업을 살펴보면 한국을 비롯한 잘사는 나라들의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과 차이가 많습니다. 의사는 아주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의사만큼 돈을 많이 버는 전문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의사가 매월 약 8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얻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 돈으로 계산하였을 때, 매월 약 8000달러씩 벌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평균적인 남한 사람들의 소득보다 두 세 배나 높은 금액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의학을 가르쳐주는 의과대학에 입학을 희망하는 사람들간의 경쟁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키우는 경영대학에 입학하는 것에 비해 경쟁이 심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영을 할 때는 잘돼서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실패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공부를 잘하고 일을 책임감 있게 하기만 하면 문제없이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와는 반대로 북한에서 인기가 높지만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 직업도 많습니다. 제가 이미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통역원이나 번역가가 그렇습니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통∙번역을 하는 사람들이 어렵게 살지는 않지만, 외화벌이를 그리 중요시하지 않는 선진국에서 이것은 보통의 직업 중에 하나로 봅니다.

더 좋은 사례는 판매원입니다. 북한에서는 판매원을 비롯한 상점의 직원들이 일반 주민들이 얻기 어려운 물건을 값싸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 물건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장마당에도 팔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물건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판매원은 인기가 많습니다.

남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남한에서 판매원은 사실상 미숙련 노동 중에 하나로 봅니다. 물론 이 직업은 교육도 별로 필요 없고, 교육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 사람들은 판매원을 결코 좋은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판매원은 소득도 높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장 경제체제에서 판매원은 물건을 시장가격보다 싸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선진국에서 외화벌이와 관련된 직업 대부분은 그 인기가 북한에 비해 아주 낮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잘 사는 나라들은 자신들의 나라 화폐가치가 다른 나라만큼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도 곧 변화가 올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닥쳐왔을 때,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이와 같은 차이를 잘 알고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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