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철도건설과 도로건설의 중요성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8.05.31

북한경제엔 원래 어려움이 많지만, 교통과 수송 문제는 특별히 더 어렵습니다. 흥미롭게도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남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을 때 김정은 위원장도 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남한이 앞으로 북한 철도와 도로 건설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판문점 정상회담 때 김정은과 북한 고급간부들은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이용해 판문점에갔습니다. 이 도로는 북한 기준으로는 가장 좋은 도로이지만 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끔찍한 도로라고 생각합니다. 포장도로인데도 60-70km 이상으로 달릴 수도 없고 이 차에 탄 사람들은 멀미를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도로에 대한 무관심은 소련식 국가사회주의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는 철도를 상당히 중요시하는 반면 도로를 많이 무시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가 무너진 다음에 도로상황이 빠른 속도로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공산권 출신 국가도 비슷합니다. 제가 볼 때 도로에 대한 무관심은 체제의 성격입니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주로 자가용 승용차를 많이 씁니다. 화물차라고 해도 중소기업이 경영하는 화물차입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는 중앙에서 경영할 수 있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철도는 관리했지만, 도로는 아주 무시하였습니다.

북한의 경우 당연히 철도도 문제가 많습니다. 궤도도 문제가 많고 복선화가 거의 되지 않았습니다. 평양-신의주 간의 철도는 북한에서 가장 잘 관리되는 철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속 40-50km에 불과합니다. 현재 남한에서 거의 모든 대도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의 시속은 250km 이상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 철도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험이 보여주듯이 도로건설과 철도건설은 자본주의 나라에서조차 정부나 국가 차원에서 많이 하는 일입니다. 기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철도와 도로 건설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 대부분은 이만큼 큰 돈을 동원하기가 어렵습니다. 둘째, 돈을 투자할 경우에도 이익이 곧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정부가 철도건설이나 도로건설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잘 사는 선진국에서도 철도와 특히 고속도로 건설은 정부가 해야 하는 의무 중에 하나입니다.

북한은 돈이 매우 부족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최근 정치 변화를 보면 북한도 얼마 후에는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생길 것 같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타협이 가능하다면 미국에서 적지 않은 원조가 나올 수도 있고, 대북제재가 완화된다면 남한에서 지원이 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 정부가 갑작스럽게 큰 돈을 얻는다면 낭비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평양에서 또 하나의 100층 호텔을 건설할 수도 있고, 커다란 동상을 몇 개 건설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의 희망은 이렇게 얻은 돈을 북한 경제성장을 위해 진짜 가치가 많은 곳에 쓰는 것입니다. 철도와 도로건설은 정말 가치가 큰 일입니다. 세계 경제 경험이 보여주듯이 좋은 도로가 생기면 근처의 경제가 많이 활발해지고 사람들은 더 열심히 장사를 하고 더 잘 살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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